[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한국에서 1000만명 이상이 본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엘사'의 옷이 바뀌는 부분이다.
엘사가 고향인 아렌델 왕국을 떠나 깊은 숲에서 주제가 '렛 잇 고'를 부르며 얼음성을 만들어나가는 그 장면에서다.
이처럼 눈을 홀리는 특수효과를 만들어낸 이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한국인 아티스트 유재현(28)이다.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디아블로 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을 작업한 그는 CIS할리우드에서 영화 '지아이조: 더 라이즈 오브 더 코브라', 소니픽처스의 특수영상효과 계열사인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등의 특수효과를 맡아 주목 받았다. 2012년 월트디즈니로 옮겨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등을 작업했다.
유씨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문화기술(CT) 포럼 2014'에서 기조 연설을 한 뒤 "어렸을 때 봐왔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의 회사 디즈니에 입사를 하니 가슴이 벅차더라"며 웃었다.
유씨는 디즈니에서 FX, 즉 특수효과를 담당한다. 카메라의 정상적인 기능으로는 촬영이 불가능한 특별한 물리적 영상 효과를 만든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물, 불, 비, 번개, 바람 등의 강렬한 움직임을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식이다.
엘사 옷이 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평범하던 엘사의 옷은 그녀가 모든 걸 얼음으로 만드는 능력을 당당하게 꺼내보이면서 얼음이면서도 다양한 질감을 지닌 형태를 띠게 된다.
"제가 원하는 걸 형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 특수효과의 매력이죠. 특히 자연 현상의 법칙을 깰 수 있다는 점이요. 제 세계가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마법 안에 불도 있고, 얼음도 있고, 수분도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죠."
한국과 할리우드 아티스트들의 실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제가 엘사 드레스를 만드는데 1년6개월이 걸렸어요. 중간에 여러 번 스토리가 바뀌었기 때문이죠. 할리우드에서는 그런 시간을 감안해줘요. 한국에서 (만약 여러번 이야기가 바뀌었다면) 작업할 시간이 상당히 부족하게 되겠죠"라고 말했다.
유씨는 최근 특수효과 담당자의 한계를 느끼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참여한 '구글 데브아트 공모전 2014'가 그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다양한 응용미술을 공모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에서 2500개 팀이 참여했다. 유씨는 20개 팀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냈다.
유씨의 프로젝트는 '소통 아트'다. 구글 맵의 스트리트 뷰, 빅테이터 등을 통해 지구를 형상화했다. 사람의 손과 결합되면 지구 곳곳이 다양한 색깔을 내게 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결국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다. "감성을 위해서는 스토리 텔링이 있어야 하잖아요. 빅데이터와 집단지성 등의 도구를 이용해 그런 걸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감동을 주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특수효과 전문가다운 답이 나왔다. "이성적인 것만으로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힘들어요. 감성을 자극해서 이성적으로 합리화시켜야 하죠. 감성을 긁어내서 조각 덩어리로 만들어 이해하지 못하는 이성을 합리화하는 것, 그것이 감동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