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의 대국민 담화’로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서서 사과하고 이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대적인 정부 조직 개편과 '관피아' 개선 등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한 달을 넘기고 희생자들의 주검 수습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면서 국정을 점차 정상화하는 국면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거명하는 과정에서는 눈물을 쏟기도 해 여전히 이번 사태의 충격과 고통을 지니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면서 희생자 유가족들의 이해를 다시한번 호소하기도 했다.
◆‘지각’ 비판 속 대국민 사과…국정 정상화 시점 피력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예상대로 국민들을 향해 국정 수반으로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 다시 한번 깊은 사과를 나타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 차례 사과의 뜻을 밝혀왔지만 국민들을 향해 직접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이날 담화를 통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처리 방안과 대책을 마련한 뒤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그동안 직접적인 사과가 없었다는 데 대한 비판과 사고 수습과정에서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관련해 비난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담화 시점을 놓고 박 대통령이 고심을 거듭해온 것은 '대책'없는 사과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간접적 사과와 함께 책임있는 직접 사과 표명 의지를 비쳐왔다.
지난 2일 종교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도 만들고 대안을 갖고 국민들께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며 그간의 비판에 대한 해명성 발언까지 내놓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죄송', '사과' 등의 표현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처음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밝혔지만 유가족들은 "몇몇 국무위원만이 국민인가.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과 지난 16일 세월호 유족대표 면담 등에서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직접적인 사과를 하면서 재난과 안전과 관련한 정부 조직 개편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사고의 '재발방지'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더불어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인 '관피아' 척결 해법도 내놓음으로써 국가 조직 전반을 대 수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큰 상처'를 아픔으로만 남기지 않고 철저히 교훈으로 삼아 국정을 제대로 쇄신하는 계기로 활용하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러면서 이날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길에 오르는 일정 소화에 나서는 것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고 볼 수 있다.
UAE의 경우 원자력발전 1호기 원자로 설치행사의 상징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전격적으로 원포인트 순방에 나선 셈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진정시키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실리를 택하는 전략을 펴겠다는 의지도 보인 것이다.
◆진정성 통할까?…‘실행’이 관건
24분간 이어진 이번 담화 발표에서 박 대통령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그간의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과는 달리 배석자를 두지 않고 홀로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나선 박 대통령은 먼저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하면서 별도로 단상 옆으로 나와 허리를 굽혀 사과의 인사를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담화문을 읽어내려가던 박 대통령은 막바지 "어린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 권혁규군…"으로 시작해 남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 희생자들의 이름을 거명하는 과정에서 급기야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어 눈물을 흘리며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숨진 세월호 직원들의 이름을 언급하면서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울컥 하는 모습도 보였다. 희생자들에 대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할 때에는 목소리가 격앙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다소 감정에 북받치는 모습을 보여 이번 사태의 충격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 등이 유가족들은 물론 정부 대응과정에서 커진 국민들의 비판여론, 야당 등에 어떻게 받아들여지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야당에서는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건은 박 대통령이 이날 밝힌 각종 조치들이 얼마나 제대로 실행될 것인가에 좌우될 것으로 보여진다. 유가족들이 진정 위로받을 수 있는 조치나 방안들이 진정성있게 처리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처럼 각종 대책이나 처방 등이 '발표'만 요란하고 결과는 없는 무책임한 행태가 빚어진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뒤늦은 사과라는 지적과 진정성을 담은 눈물이었다는 상반된 평가 속에서 과연 박 대통령의 눈물어린 사과가 국정을 본격적으로 전환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