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가 공식후보 등록 이후 18일 나란히 같은 행사에 참석해 표심잡기에 나섰다. 두 후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와 3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차분한 태도로 시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지만 안전 공약을 놓고 여전히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정 후보는 박 시장을 향해 서울시 지하철 공기질 공동조사에 실질적으로 응할 것을 거듭 촉구한 반면 박 후보 측에선 공동 안전공약의 논의 과정에서 공기질 문제를 논의하자고 맞서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아울러 정 후보가 서울 지하철이 최근 환기를 강화한 것을 놓고 “공기질 악화를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박 시장 측에서는 “서울시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했다.
◆“기분 나쁘게 해드려서” 鄭-朴 어색한 조우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북한산에서 열리는 제12회 서울특별시장기 생활체육 등산대회에 나란히 참석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자리에서 정 후보는 박 후보를 만나 “요즘 바쁘시죠”라고 악수를 건네자 박 후보는 “예, 얼굴이 좋으시네요”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지하철 공기질 문제를 제기한 것을 겨냥해 “얼굴이 좋은 거고 뭐고, 기분 나쁘게 해드려서 내가…”라고 뼈있는 말을 건넸다. 이에 박 시장은 “아니 건강이 제일 좀 (중요하죠)”라고 즉답을 피한 채 정 후보와 행사 내내 별다른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다.
두 후보는 축사에서도 기싸움 양상을 보였다.
먼저 축사에 나선 정 후보는 은평-강북-도봉 등 북한산벨트에 친환경 관광특구를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적극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빨리 산에 가야하니까 한 마디만 하겠다. 안산즐산(안전한 산행, 즐거운 산행) 하세요”라고 축사를 끝내면서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두 후보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식에서 다시 한 번 만났다. 하지만 이들은 대화를 삼간 채 다른 곳을 응시하면서 행사에서 숙연한 분위기를 보였다.
◆지하철 공기질 공동조사 vs 공동 안전공약 ‘팽팽’
이날 두 후보 캠프에서는 정 후보가 제안한 지하철 공기질 문제에 대한 공동조사와 박 시장이 제안한 서울시 공동 안전공약 발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정 후보는 이날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 지하철 공기질 공동조사와 관련해 19일 오전 9시에 실무자회의를 진행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다만 박 시장이 제안한 공동 안전공약에 대해선 공동조사를 실시한 후 논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정 후보는 최근 서울시가 지하철 환기 시간을 늘리는 등 환기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불법 관권 선거'라며 박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보도에 의하면 지하철 1~4호선 전역사의 환기 시설을 이전에 비해 4시간은 더 가동하라는 구두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며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박원순 후보 측이 서울시의 고위 공무원을 시켜서 불법을 지시하고 증거를 인멸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울 지하철의 공기질은 법정기준을 초과했으므로 그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된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한 것이라면 또 다른 범죄”라며 “서울시는 시를 내린 공무원에 대해 선거 중립 위반, 또 범죄를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행위로 선거에 개입, 범죄를 은폐한 죄를 물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도림촌 저류소 공사현장을 점검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일 관훈토론 때 분명히 정 후보가 문제 제기를 할 건데 제가 내일 잘 설명드리겠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박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는 현재 서울시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지하철 환기시설이 평소보다 더 많이 가동된 것이 마치 박원순 시장의 지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 후보가 19일 실무협의를 제안한 데 대해서도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공동으로 공약을 합의해서 발표하자는 박 시장의 제안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으면서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있다”며“정 후보의 제안은 공동안전공약을 논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박 후보 캠프에서는 정 후보가 제기한 서울 지하철 공기 오염 실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정 후보 측의 조사 결과는 구체적인 측정 장비나 위치와 같은 측정 방법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결과 역시도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반론하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고의로 측정결과를 왜곡하고 좋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 고의로 측정 방법을 변경시키거나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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