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서울시가 고척돔 사용을 두고 팽팽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으로 고척돔에 입성하고 싶은 넥센과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돔구장에 걸맞은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이 정면충돌했다.
양측의 견해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초 올해 상반기로 예상됐던 넥센과 서울시의 합의 시점은 여름을 넘겨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넥센 "고척돔 입주 조건, 구단의 존폐와 직결"
넥센이 현재 목동구장을 쓰면서 서울시에 지급하는 비용은 연간 약 25억원이다. 이는 구장 사용료와 구장 내 사무실 임대료 그리고 광고와 사업권 확보 등과 관련된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다.
넥센의 한해 운영비 250억원 중 약 10%가 구장과 관련된 지출이다.
하지만 고척돔의 경우는 지출과 수익 모든 것이 물음표다.
현 목동구장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입지 조건으로 인해 관중을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광고권이나 매장운영권을 확보했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도 추산하기 어렵다.
프로구단에 맞는 리모델링 비용과 목동구장에서 고척돔으로 옮기는 이전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 관계자는 15일 "지난해 대형 컨설팅회사에 고척돔과 관련된 컨설팅을 했는데 직접 입주하기 전에는 비용이나 수익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돔구장 사용이라는 부담을 안고 가는데 서울시가 운영비 그리고 광고나 사업권 확보 등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입주하겠느냐"며 "(큰 적자가 발생한다면)구단 운영의 존폐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넥센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야구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단이다. 타 구단에 비해 자금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쟁점은 넥센이 고척돔을 가장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넥센과 아마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KBA)가 부딪히는 부분이다.
현 목동구장에서는 프로와 아마 야구 경기가 동시에 열린다. 지난해 목동구장에서는 프로야구 64경기가 열렸고 아먀야구는 179경기(59일)가 진행됐다. 넥센이 아마야구 일정에 밀려 그라운드 훈련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넥센 관계자는 "새 구장에서도 더부살이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는 아마야구 때문에 목동구장을 못 써 원정구장으로 빨리 이동해 연습하는 실정"이라며 "이와 같은 것들이 정확하게 정리가 돼야 고척돔에 입주한다. 먼저 입주하고 다른 사안을 논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넥센의 고척돔 입주는 큰틀에서 합의된 사항"
고척돔의 운영 주체인 서울시는 넥센의 입주를 기정사실화하는 입장이다.
오제성 서울시 체육진흥과장은 "고척돔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넥센과 서울시 모두 의견이 같다"며 "아주 세부적인 사항이 남은 가운데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2015시즌부터 넥센이 사용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봤다"며 "(넥센의 입주 미결정 주장은)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고척돔을 아마야구와 같이 쓰는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큰 경기'에 방점을 찍었다.
오 과장은 "예를 들어 봉황대기 결승이나 국제 아마야구대회 등 의미가 큰 아마경기는 고척돔에서 열리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이는 넥센과도 합의된 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료와 광고권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 부분은 협상이 좀 진행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당초 합의 시점을 5월로 예상했는데 현 상황을 보면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고척돔 입주 결정, 이르면 이를수록 좋아
지지부진한 고척돔 입주 결정에 마음이 급한 쪽은 넥센이다.
넥센 측은 "고척돔에서 2015시즌부터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며 "지금부터 전담 직원을 투입해 필요한 부분을 체크해야 하는데 합의가 지연돼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내년 2월 완공되는 고척돔은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넥센의 홈구장이 된다면 프로야구 첫 번째 돔구장으로서 다른 돔구장 건설 및 사업 타당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첫 표본이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면 돔구장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2000억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만 잔뜩 들어간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서울시가 프로팀 입주가 고척돔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결론을 냈다면 넥센과 빠른 합의를 도출, 하루라도 빨리 2015시즌을 단단하게 준비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윈윈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를 두고 서로 다투기에는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