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24·우이판)가 매니지먼트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배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명으로 구성된 엑소는 한국 기반의 엑소-K, 중국 기반의 엑소-M으로 나눠 활동 중이다. 크리스는 엑소M의 리더다.
2012년 데뷔한 엑소는 지난해 국내에서 앨범 판매량 100만장을 넘기는 등 대세그룹으로 떠올랐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누리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만큼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가 한국 연예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왔다. 해외 미디어는 몇년새 급부상한 K팝의 기회력을 높이 사면서도 기획사가 주도한 폐쇄적인 시스템에 우려를 표했다. 그만큼 트레이닝이 혹독하고 스케줄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앞서 SM과 소송을 벌인 또 다른 중국인인 한류그룹 '슈퍼주니어' 출신 가수 겸 배우 한경(30)은 빡빡한 스케줄과 공정하지 못한 수익 배분 등을 문제 삼았었다.
가요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크리스 역시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크리스가 잠적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가 SM과 계약 관계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루머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경은 SM과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다. 크리스에게 좋은 선례가 된 것이다. 한경은 슈퍼주니어 출신이라는 데 힘 입어 중국 등지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캐스팅되는 등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엑소 역시 한창 상승세인 그룹으로 이 팀 출신이라는 명패는 활동에 유리하다.
크리스가 내세운 법률대리인을 보면 이 추정은 명확해진다. 한경의 소송건을 맡았던 법무법인 한결의 변호사들 중 한 명인 조범석 변호사가 크리스의 법률대리인이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시나닷컴 등에 잇따라 게재되고 있는 연예뉴스를 살펴보면, 크리스가 S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과 한경과 비슷하다.
SM은 크리스가 팀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SM은 크리스의 독자 활동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SM은 "소송 사실을 확인 중이다. 매우 당황스럽다"면서 "엑소 활동이 잘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크리스는 그러나 지난 11일 중국에서 벌인 엑소M의 컴백쇼 이후 홀로 중국에 남았다. 15일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오전 한국에 들어오는 대신 서울중앙지법에 SM를 상대로 '전속 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SM과 소송전을 각오한 모양새로 팀에 남고자 하는 의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SM이 크리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 외에 다른 멤버들, 나아가 SM 소속 전체 가수들과도 관계된 계약 문제로 번질 수 있으므로 SM 입장에서는 힘들어보인다.
가장 큰 직면 문제는 단독콘서트다. 엑소는 23~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 '엑소 프롬. 엑소플래닛 #1-더 로스트 플래닛'을 연다. 오랜 기간 준비했고 이미 3만여석이 매진된 상황이라 취소는 힘들어보인다. 크리스를 제외하더라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엑소 멤버들은 크리스의 독자 활동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엑소K 멤버 세훈(20)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물음표 사진을 띄웠다. 엑소의 또 다른 멤버 찬열은 SNS에 "권선징악"이라는 글을 적었다. 이날 오후 방송된 음악채널 엠넷의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엑소K 멤버 수호(23)는 "엑소의 구호가 '영원'인 것처럼 자신만이 아닌 팬과 멤버를 생각하는 엑소가 되겠다"고 크리스를 겨냥하는 듯한 소감을 남겼다.
일본을 주축으로 한 한류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SM을 비롯한 연예기획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 중국이다. SM이 그룹 'HOT' 시절부터 공략한 시장이지만, 10억명이 넘는 인구로 인해 여전히 무궁무진한 시장이 중국이다.
SM은 엑소를 이 중국 시장을 두드릴 첨병으로 내세웠다. 크리스를 비롯해 중국인 멤버 4명을 영입하고 중국 유닛 엑소M을 만든 것 역시 현지 시장을 수월하게 뚫으려는 포석이었다. 일종의 현지화 전략인 셈이다.
엑소는 실제 최근 발매한 새 앨범 '중독'으로 중국 차트를 휩쓰는 등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SM이 지난 8일 중국 최대 IT기업인 바이두그룹과 업무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내세운 팀이 엑소다. 이수만 회장은 이날 "그룹 '엑소-M'이 "한국과 중국 문화 융합의 상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리스의 소송으로 인해 한국 연예계에 대한 중국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단순히 한국 내 문제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지 연예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을 엔터테인먼트 산업 쪽에서 우러러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중화', 즉 자기 나라를 중앙에 위치한 문명의 나라라는 생각도 강하다. 자신의 나라 사람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편치 않을 거다. 한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