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효성가(家) 3세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섬유·정보통신PG장)이 효성 지분을 두 자리수로 확보하면서 우위를 선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사장은 지난 8일자로 효성 주식 3만770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9.95%에서 10.06%로 끌어올렸다. 이는 10.3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조 회장에 이어 2번째 많은 수치다.
조 사장과 3남 조현상 전략본부 부사장(산업자재PG장)은 차남 조현문 변호사(전 효성 부사장)가 지난해 2월 돌연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주식을 매각하면서 '2파전' 양상을 보여왔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은 이때부터 각자 주식 매입에 힘을 쏟았고 지분율도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지난해 8월 20만여주를 사들이면서 2대 주주에 오른 뒤 위치를 공고히했고, 이들간 지분율 격차는 지난 2월 0.77%에서 0.88%로 벌어졌다.
이를 두고 두 형제의 잇딴 지분 확보 경쟁을 두고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경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재계에선 유교 문화를 중시하는 효성일가의 보수적인 성향으로 미뤄 장남인 조 사장이 후계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 조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유력한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의 지분율 차이가 여전히 1% 미만이고 두 형제가 모두 각자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의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효성 역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조 사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하면서 조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신규선임해 발판을 만들어줬다.
현재 조 사장은 섬유PG장과 정보통신PG장 겸 전략본부장을 맡으면서 효성과 정보통신 계열사인 효성ITX, 노틸러스 효성 등 그룹 전반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2007년 섬유PG장을 맡아 흑자전환을 이뤄낸 뒤 지속 성장을 이끌었고, 세계 2위이던 스판덱스 부문은 중국 등 아시아와 터키 등 유럽에 생산기지를 짓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세계 1위로 올려놨다.
지난 3월엔 효성ITX의 등기이사로 복귀해 클라우드 컴퓨팅 등 사물인터넷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IT회사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달 초엔 계열사인 효성굿스프링스의 '세계 최대 규모의 펌프시험설비' 준공식에 전략본부장으로 참석해 해외플랜트 수주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조 사장은 조 회장이 9년간 회장을 맡았던 한일경제인협회의 부회장 자격으로 이달 14~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46차 회의에 참석, 부친 업적의 뒤를 이을 예정이다.
조 부사장은 최근 효성과 노틸러스효성의 등기이사로 선임돼 조 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는 산업자재PG장으로서 주력 사업인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에어백용 원단 등 핵심 사업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중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스틸코드 부문은 굿이어와의 장기공급 계약 및 미국 스틸코드 공장 2곳 인수 등을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7%대에서 10%대로 끌어올렸다.
전략 부문에선 신규사업발굴을 주도해 아그파 자회사 인수, 수입차 사업 진출 등의 실적을 이뤄냈고, 캐피탈과 연계한 자동차 리스업을 확대하는 등 금융사업을 그룹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리더'(2007년)와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아시아 21 글로벌 영리더'(2006년)에 선정되고, 차세대글로벌리더(Young Global Leader·YGL) 내 G20 관련 조직인 'YGL G20 이니셔티브'(2010년)에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포함되는 등 국제무대에서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아직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과 조 사장이 지난해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조 회장이 심장부정맥과 전립선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인 점을 감안하면 효성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조만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각자의 사업에서 경영 성과를 보이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