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이 모처럼 웃었다.
옥스프링은 올 시즌 들어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7경기(선발 6경기)에 등판해 2승(1패)을 챙겨 무난한 승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옥스프링은 첫 선발 경기인 지난달 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같은달 20일에는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8이닝 2실점 호투로 승수를 늘렸다.
하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1패 만을 떠안았다. 선발 투수에게 주어진 역할은 다했지만 번번이 승리의 여신은 옥스프링을 외면했다.
옥스프링은 LG 트윈스(4월9일)와 NC 다이노스(4월15일)를 만나 각각 7이닝 4실점과 6이닝 2실점으로 분투하고도 승패 없이 물러났다. 지난 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7회 2사까지 탈삼진 7개로 3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오히려 패전의 멍에를 썼다.
공교롭게도 타자들은 옥스프링이 나설 때마다 힘을 내지 못했다. 9이닝당 득점 지원율은 2점이 채 못 된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 선발 경기에서는 화력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타자들이었지만 옥스프링만 마운드에 오르면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을 지켰다.
이날은 앞선 경기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옥스프링은 1회초에만 홈런 2방을 맞는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4회에도 양의지에게 적시타를 빼앗기면서 4회까지 5점이나 내줬다.
패색이 짙던 옥스프링을 도와준 것은 그동안 철저히 외면했던 방망이였다.
손아섭(4타수 2안타 2득점)과 루이스 히메네스(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가 중심이 된 롯데 타자들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4회 7-5 역전에 성공했다. 7-6의 불안한 리드를 유지하던 8회말에는 3점을 보태 옥스프링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했다.
동료 투수들의 역투도 눈부쳤다. 롯데는 옥스프링이 빠진 뒤 두산의 공격력을 1점으로 봉쇄했다. 새로운 마무리 김승회는 9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고 승리를 지켜줬다.
모처럼 승리를 맛본 옥스프링이지만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옥스프링은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지만 실점이 다소 많아 마냥 기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승수를 올린 사실보다는 부진한 투구 내용에 마음이 쓰이는 눈치였다. 옥스프링은 "어제 불펜 투수 투입이 많았고 투수들이 많이 던진 상황이라 6이닝 이상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시진 감독은 "유먼 다음에 등판하는 투수의 경기에서는 (타자들이) 안 좋다고 했는데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면서 옥스프링이 부담에서 벗어나 쾌투를 펼치기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