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7·한국명 고보경)가 프로 전향 후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꽉 막혔던 한국(계) 여자선수 시즌 첫 우승의 물꼬도 텄다.
리디아 고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달리 시티의 레이크 메르 세드 골프장(파72·650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단독 선두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에게 2타 뒤진 단독 2위로 마지막날 경기에 나선 리디아 고는 이날 보기를 3개 냈지만 6개의 버디로 만회해 3타를 줄였다. 보기 2개, 버디 3개를 묶은 루이스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8월 아마추어 신분으로 CN 캐나다여자오픈에서 대회 2연패를 차지한 리디아 고는 8 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프로로 전향한 이후 LPGA 투어 첫 우승이다. LPGA 통산 3승째.
지난해 11월 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리디아 고는 12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 한국인 우승이 없는 상황에서 물꼬를 텄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의 경우 4월까지 신지애(26)와 박인비(26·KB금융그룹)의 맹활약을 앞세워 4승을 쌓았지만 올해는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언니들이 못 이룬 시즌 첫 우승을 막내 리디아 고가 테이프를 끊어 남은 대회 추가 우승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4번홀(파4)을 5타 만에 통과해 1타를 잃었다. 6번홀에서 버디로 만회했지만 이어진 7번홀에서 보기를 다시 내며 주춤했다.
그러나 루이스가 파 행진을 거듭한 사이 8~9번홀 연속 버디 퍼트를 떨구며 순식간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살얼음판 같은 승부를 벌이던 리디아 고는 13번홀에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m 남짓의 버디 퍼트를 떨궜다. 같은 홀에서 루이스는 벙커와 러프를 오가며 1타를 잃어 희비가 엇갈렸다. 리디아 고는 순식간에 2타 차로 앞섰다.
베테랑 루이스는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15번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해 이글 기회로 압박했다. 결국 버디로 통과했지만 결과적으로 리디아 고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루이스는 이어진 16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깃대 1m 이내에 붙이는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추가했다.
리디아 고는 같은 홀에서 파에 그쳐 둘간의 1타 차로 좁혀졌다.
흔들린 리디아 고는 17번홀(파4)에서 위기를 맞았다. 러프와 러프를 오간 끝에 보기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러나 그린 끝 러프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을 홀컵 50cm 이내에 붙여 파로 통과했다.
같은 홀에서 루이스는 3m 버디 퍼트의 거리 조절 실패로 파에 그쳐 1타 차가 유지됐다.
살얼음판 같던 승부는 결국 마지막 홀에서 갈렸다. 17번홀 버디로 루이스와 함께 공동 2위로 뛰어올랐던 신지은(22·한화골프단)까지 가세해 우승 싸움은 3파전으로 전개됐다.
1타 앞선 채 18번홀을 맞은 리디아 고가 버디를 기록해 역시 버디를 한 루이스와 파에 그친 신지은을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리디아 고는 티샷을 러프에 빠뜨려 결정적인 위기에 놓였지만 완벽한 어프로치 샷으로 버디를 기록,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아슬아슬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최종일에 4타를 줄인 끝에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적어냈다. 김효주(19·롯데)는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 공동 7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자존심' 펑산산(25)은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고, 지난주 우승을 차지한 미셸 위(25·나이키골프)는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9위에 랭크되며 2주 연속 호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