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최용수(41) FC서울 감독이 "요행을 바라지 않겠다. 베이징 궈안을 이겨 조 1위로 16강에 가겠다"는 지난 22일의 약속을 지켰다.
서울은 23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중국)과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6차전에서 강승조(전반 43분)와 윤주태(후반 11분)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둬 승점 11점(3승2무1패)가 돼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서울은 5차전까지 승점 8점을 기록, 나란히 승점 6점이던 센트럴코스트 마리너스(호주)·베이징·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등에 모두 앞서 조 1위를 달렸다.
서울은 베이징과 비겨도 센트럴코스트와 히로시마 역시 비길 경우 서울은 조1위로 16강행을 확정지을 수도 있었다. 서울이 베이징과 비긴 상황에서 센트컬코스트와 히로시마 사이에 승자가 나와도 조 2위로 16강에 나설 수 있기는 했다. 베이징에 패해도 센트럴코스트와 히로시마가 비기면 역시 조 2위로 16강에 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자칫 베이징에 패한 상황에서 센트럴코스트와 히로시마 사이에 승자가 나오면 오히려 서울은 조 3위로 추락하면서 탈락하게 된다.
최 감독은 그런 것이 싫었다.
그래서 일찌감치 "현재 F조의 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1위에 올라 있지만 요행을 바라지 않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홈에서 승리를 거두고 1차 목표인 조 1위 16강 진출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쉽지 않은 승부였다"며 "베이징은 좋은 공격수들을 보유한 중국의 강호답게 쉽지 않은 상대였다. 예상대로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자력으로 조 1위가 돼 16강에 진출했다.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해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어 최 감독은 이날 경기를 자신감 회복의 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제 득점에 굉장히 만족한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냈다. 늘 실점한 뒤 끌려갔는데 오늘 우리도 선제골과 추가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골대도 맞히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골대를 맞혔다."
특히 "선수들이 서로를 신뢰하게 됐다. 수비수들은 공격수들이 득점할 수 있다는 것을, 공격수들은 수비수들이 뒷받침해준다는 것을 믿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추가골의 주인공 윤주태의 비상은 리그에서 부실한 득점력에 울고 있는 서울에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 서울에 합류한 윤주태는 ACL에 처음 선발출전해 ACL 데뷔골을 터뜨렸다.
"골 결정력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윤주태가 득점 뿐만 아니라 연계 플레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윤주태가 평소 페널티박스 안에서 찬스를 잘 만들고 골 결정력도 매우 높아 선발 기용하면서 '자신있게 하라'고 주문했는데 (윤주태가)잘 해냈다. 분데스리가에서의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최 감독은 "조금씩 반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오늘 경기가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분위기를 K리그에서도 펼쳐보이겠다"는 말로 이날 승리가 시즌 초반 리그에서 9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3무5패)밖에 챙기지 못한 부진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F조 1위로 16강에 오른 서울은 H조 2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맞붙는다. 그보다 앞서 오는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0라운드 원정경기를 치른다.
"그동안 우리를 괴롭혀 온 수원을 상대로 베이징전보다 더 밀도 높은 집중력과 투지를 발휘해 기필코 이기겠다"는 최 감독의 새로운 약속도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