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G20 재무장관 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세계은행 회의에서 한국의 말발이 통하기 시작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세계은행 회의를 마치고 14일 귀국한다.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와 IMFC회의에서 각국의 최대 관심사는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위험 요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G20은 회의를 마치고 채택한 공동 선언문(코뮤니케)을 통해 회원국의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정책 공조와 시뮬레이션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IMFC는 세계 경기 회복을 위해 국가별 상황에 맞는 정책 권고, 감시 활동 등 IMF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경제 분야 다자간 회의체에서 의제 설정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G20과 IMFC 회의에서는 지난 2월 G20 장관회의 때 한국이 제안했던 '시나리오 분석'이 진행되는 성과를 거뒀다. '시나리오 분석'은 회원국 정책이 대외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글로벌 공조를 통한 안정적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파급효과(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다시 선진국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현상) 이론을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등 한국이 제기한 문제를 바탕으로 글로벌 정책 공조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한국의 경제 분야 주요 정책들이 국제 사회에서 모범 사례로 꼽힌 것도 이번 회의의 성과로 꼽힌다.
현 부총리는 우리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개혁 정책'을 소개하면서 회원국들의 공감을 얻는 동시에 회원국들이 보다 의욕적으로 새로운 구조 개혁 과제를 발굴하자는 합의를 도출했다.
현 부총리는 수차례 진행된 G20과 IMFC 회의에서 주요 토론자로 나섰다.
현 부총리는 G20 회의 첫 번째 세션(세계경제와 성장전략)에서 "오늘 누군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이유는 오래 전 다른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라는 워런 버핏의 말을 인용한 후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금은 구조조정과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은 "벚꽃이 만개해 있는 워싱턴DC에서 참으로 의미 있는 은유법"이라며 "지금 우리가 이 곳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것도 과거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적극적인 역할도 수행했다.
현 부총리와 김용 세계은행 총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이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현 부총리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 주최로 열린 기후변화 장관회의에서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극적 대응을 탈피해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과 이를 위한 GCF 재원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올해 9월 UN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이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표명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의 기간 중 다양한 양자 회담을 통한 외교 활동도 이어졌다.
현 부총리는 최근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캐나다, 호주 재무장관을 만나 향후 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FTA 발효까지 속도를 높이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브라질, 멕시코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중남미 시장에 한국 기업의 진출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12일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주요 논의에 있어서 다른 나라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주고 미래 세대를 위해 세계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는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을 정립해 가는 이 시기에 그와 같은 소임을 맡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