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소형차(1000㏄ 이상 1600㏄ 미만) 판매가 10년 이상 답보 상태다.
소형 차급에서 나오는 신차가 많지 않고 경형차(1000㏄ 미만)에 비해 인센티브가 많지 않아 판매량 증가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의 자동차에 대한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차량을 신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등이 결합, 승용차의 중대형화를 부추기고 있다.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액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GM 아베오 등 소형차 3종의 지난해 판매량은 3만9673대로 전년 4만6967대보다 15.5% 줄었다. 모델별로 보면 액센트 2만8604대, 프라이드 1만1069대, 아베오 3423대 순이다.
10년전(2003년) 이들 소형차 3종의 판매량은 4만9772대. 지난해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20.3%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세에 비쳐보면 판매량이 크게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수입차를 포함한 소형차의 판매비율은 1993년 기준 62.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10년 뒤 2003년 기준 판매비율은 5.2%까지 낮아졌고, 지난해는 2.6%까지 떨어졌다.
최근 20년간 추세를 보면 차종 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1993년 국내 판매된 소형차는 엑셀, 엑센트, 스쿠프, 엘란트라 1.5, 프라이드, 아벨라, 세피아, 캐피탈 1.5, 르망, 씨에로, 에스페로 1.5 등 10여 종에 달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서 차종이 4~5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기아차 프라이드(1987년 출시)와 현대차 액센트(1994년 출시)가 20년 이상 판매되고 있지만 이후 눈에 띄는 신차가 없었다. 현대차가 2002년 출시한 클릭은 출시 초기 연 1만대 이상 판매를 유지했으나 2006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감, 결국 2011년 출시 10년만에 단종됐다. 기아차도 지난 1994년 아벨라를 출시,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했으나 판매량이 1998년 큰 폭으로 감소, 2000년에 단종됐다.
한국GM의 전신 GM대우의 경우에도 2003년에 칼로스, 2007년에 젠트라 등을 출시, 잇따라 소형차 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5년을 주기로 단종을 맞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산·판매하는 소형차는 현대차 액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GM 아베오 등 3종만 남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형차가 다른 차급에 비해서 신차가 없다보니 판매량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소형차는 다른 차급 모델에 비해 신차가 나오는 주기가 늦기 때문에 대기 수요가 많다는 것도 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엑센트의 경우 전신 베르나가 지난 2005년 출시된 이후 6년이 지난 2010년에야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나왔다. 프라이드 경우에도 지난 2005년 새 모델이 출시된 이후 7년만인 2011년에 완전변경됐다. 현대차만 놓고 봤을 때 아반떼, 쏘나타 등 준중형차와 중형차의 통상적인 개발 주기 5년에 비해 세대 교체 시기가 다소 늦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소형차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중고차 포털 오토인사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011년식 액센트 1.4 CVVT 프리미어 모델은 1380만원에서 830만원으로 550만원(39.9%) 떨어졌다.또 기아차 프라이드 1.6CVVT SLX 모델은 1323만원에서 810만원으로 513만원(38.8%) 떨어졌다. 한국GM 아베오 LS도 1406만원에서 860만원으로 546만원(38.9%) 내렸다.
반면 경형차의 경우에는 이보다 하락세가 덜 하다. 기아차 2011년식 뉴 모닝 럭셔리 모델 1235만원에서 810만원으로 425만원(34.4%) 하락했다. 한국GM의 같은 해 출시된 스파크 LT 모델은 1145만원에서 800만원으로 345만원(30.1%) 떨어졌다.
경형차의 잔존가치 보전이 소형차보다 높다는 것. 중고 경형차와 소형차의 시세를 비교해보면 같거나(모닝-프라이드), 최대 60만원(스파크-아베오) 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오토인사이드 관계자는 "소형차의 경우 일단 국내 판매량이 많지 않고 오히려 경형차가 가진 취득세 면제, 공영주차장 요금이나 고속도로 통행세 50% 할인 혜택 등을 감안하면 매력이 덜하기 때문에 가격이 중고차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소형차 시장 성장이 정체 상태에 있는 이유에 대해 '생애 첫 차'를 선호하는 비중이 소형차에서 준중형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생애 첫 차에 대한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소형차보다는 준중형에서 한 단계 위부터 시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소형차의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만 점차 판매가 시들한 상황"이라며 "소형차가 1980~90년대 직장 초년생들의 첫 자로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유독 소형차 판매량이 적은 나라"라며 "소형차 구입에 따른 혜택은 적은 반면 준중형급 차량 이상 차량의 선택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판매량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