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벼랑 끝에 몰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 베띠(27·도미니카공화국)가 승리의 공을 남편에게 돌렸다.
베띠는 2일 오후 5시 경기도 평택이충문화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NH농협 2013~201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혼자서 54점을 뽑아내며 팀의 3-1(27-25 21-25 25-21 25-20) 승리를 이끌었다.
베띠가 이날 올린 54점은 남녀 통틀어 V-리그 10년 챔프전 사상 한 경기 역대 최다득점이다. 진나해 12월19일 흥국생명의 바실레바가 도로공사전에서 쏟아낸 57점에는 3점 뒤지는 우승 도전의 기회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베띠의 이 같은 활약 뒤에는 남편의 외조가 숨어 있었다. 남편 페르민 메히아는 5~6년 간 도미니카공화국 청소년 배구 국가대표를 지냈다. 메히아는 아직도 부인의 경기를 매 경기 현장에서 지켜볼 정도로 배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경기를 지켜본 뒤에는 그날그날의 경기 내용을 알려주며 베띠에게 조언을 한다. 센터 출신의 남편은 주로 상대 수비라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러준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베띠는 "평소에도 남편과 배구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경기 중에 상대 수비에 작은 변화가 생겼는데 남편이 전날 알려준 대로였다. 남편 조언대로 공격을 해봤는데 잘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날 베띠는 강타 위주의 공격에서 벗어나 연타를 적절히 섞어 때리며 상대의 빈 곳을 노렸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IBK기업은행의 수비 라인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챔프전 남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것에 대해서 그는 "그렇게 많은 점수를 낸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점수를 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점수로 우리 팀이 승리했다는 점"이라며 개인기록보다 팀 승리의 기쁨을 말했다.
체력 부담을 묻는 질문에 그는 "사실 모두가 알다시피 매우 피곤한 상태다. 하지만 피곤하다고 해서 달라지는것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나 뿐만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파이팅을 주문했다.
베띠는 2008~2009시즌 데라크루즈라는 이름으로 GS칼텍스와 처음 연을 맺었다. 그러나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3패로 무너지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시즌 말미에는 부상을 입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IBK기업은행에 우승을 넘겨줬다.
세 번째 도전 끝에 V-리그 첫 우승을 노리고 있는 베띠는 "나 뿐만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염원이 챔프전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이나 우승을 못한 내 경우는 그 염원이 더 큰 편이기는 하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