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삼성그룹내 유사 계열사 합병을 통한 그룹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달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에 이어 2일 삼성내 화학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키로 했다.
그동안 삼성그룹내 화학계열사 통합 문제는 꾸준히 거론돼 왔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 장기침체에 따른 위기의식이 이 같은 전격 합병 결정의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각각 1대 2.1441의 비율로 합병하며, 삼성종합화학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석유화학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종합화학’이다.
이처럼 합병이 가속화 되면서 이제 관심은 ‘다음은 어디냐’에 쏠린다.
업계는 유력한 후보로 건설 계열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간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인수하면서 3세 승계구도를 짜기 위한 계열사간 합종연횡 작업에 가속이 붙고 있어서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통합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두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이 같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지분 7.18%를 보유한 삼성SDI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3.10%를 가진 제일모직 인수를 계획대로 마무리할 경우 두 회사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이에 따라 통합 삼성SDI가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길 경우 물산과 엔지니어링간의 합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7.81%를 매입, 현재 2대주주로 제일모직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경우 20.91%를 보유하는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선 물산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삼성그룹이 3세 경영승계 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지분 조정을 통해 유사업종을 묶는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간 일련의 합병절차가 결국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호텔과 건설·레저, 패션·광고를 맡는 사업분할을 염두해 둔 과정이 아나겠느냐”고 설명했다.
물산과 엔지니어링이 합병할 경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설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각각 건축과 토목, 화공플랜트 쪽에 강점을 갖고 있어 사업영역에서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삼성물산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주택시장을 벗어나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춘 글로벌 종합건설시공사(EPC)로써 거듭나기 위해서는 플랜트 분야 강자인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물산과 엔지니어링 측은 “합병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는 있다. 다소 겹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정확히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엔지니어링의 합병법인이 탄생할 경우 단숨에 매출액 기준 국내 1위 건설사로 도약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2013년 매출은 각각 13조4413억원이다. 합병할 경우 매출 23조2476억원으로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13조9000억원)보다 10조원 가까이 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