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8번째 통합 우승을 노리는 삼성화재와 7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현대캐피탈이 리베로 한 명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남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은 강타를 뿜어내는 공격수와 현란한 토스워크를 하는 세터도 아닌 수비라인을 책임지는 리베로가 우승의 향방을 가늠하는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보통의 경우 챔프전은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외국인 공격수가 주목받게 마련이다. 플레이 자체가 화려해 눈에 띄기 쉽다.
그러나 올해 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V-리그 2년 차를 맞아 더 강력해진 삼성화재의 레오와 세계 3대 공격수로 불리며 시즌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현대캐피탈 아가메즈의 맞대결보다는 이강주(삼성화재)와 여오현(현대캐피탈)의 수비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레오와 아가메즈의 화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리베로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게 됐다. 공수 구분이 뚜렷한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와 달리 공격과 수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배구의 특성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28일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리베로 이강주가 흔들리면서 세트스코어 0-3의 완패를 당했다.
챔프전 출전이 처음인 이강주는 1차전 당시 28개의 리시브 가운데 12개 만을 세터에게 정확히 배달했다. 리시브 정확도는 42%대에 그쳤다.
노련한 세터 유광우도 정상 궤도를 벗어난 공을 안정적으로 올려주는 데 한계를 느꼈다.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59%를 웃도는 성공률로 세트 부문 1위를 기록한 유광우는 챔프전 1차전에는 43%대로 떨어졌다.
제 아무리 펄펄나는 레오라고 해도 들쭉날쭉한 공을 제대로 때려내기는 어려웠다. 이강주의 리시브 불안으로 시작된 문제는 유광우의 정교한 토스를 막았고, 레오의 득점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차전을 앞두고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이강주의 리시브가 큰 문제다. 강주가 리시브 성공률 50%만 해줘도 우리가 이길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우황청심환까지 먹고 경기에 나섰다는 이강주는 2차전 들어서 달라졌다. 1차전 때보다 안정된 리시브를 보였다. 성공률은 52.173%. 이날 유광우의 세트 성공률은 54%로 뛰었고, 덩달아 레오는 47점을 뿜었다.
신 감독의 예언대로 삼성화재는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뒀다.
'월드 리베로' 여오현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양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리베로 문제는 이때 씨앗을 뿌렸다.
기회가 될 때마다 신치용 감독은 "여오현을 데려갔으니 우승 못하면 말이 안된다"며 변죽을 울렸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부인하지 않았다.
김호철 감독도 여오현을 품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챔프 2차전을 앞둔 김호철 감독은 "여오현 없으면 안된다. 아가메즈와 문성민의 공격이 제 아무리 뛰어나도 여오현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팀 기여도 면에서 여오현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주를 바라보는 삼성화재의 불안한 시선과 여오현을 향한 현대캐피탈의 든든한 시선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역대 최고의 챔프전이라고 평가받는 이번 시즌 우승컵을 누가 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