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봄의 온기와 함께 가요계 거물들이 속속 컴백하고 있다. 멀리서부터 ‘쿵’, ‘쾅’ 요란한 소리를 울리면서다.
가수 이선희(50) 이승환(49) 이은미(48) 이소라(45) 등이 새 앨범을 냈거나 낸다. 시절을 풍미한 이들이지만, 공들인 앨범을 알려야 하는 이들의 홍보사나 소속사들은 홍보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데뷔 30년차, 14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수상 경력을 뽐내는 이선희는 지난 25일 정규 15집 ‘세렌디피티(SERENDIPITY)’ 발매를 기념해 쇼케이스를 열었다. 가수 임정희·거미·이승기·윤도현, 밴드 ‘타카피’가 각자의 연을 소개하며 이선희의 곡을 불렀다. 쇼케이스는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승환은 내로라하는 세션들과 작업한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fall to fly) 前’ 발매에 앞서 타이틀곡 ‘너에게만 반응해’의 연주 악기 트랙별 음원 소스를 공개했다. 뮤지션이 수록곡의 연주를 트랙별로 나눠 공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이승환은 “뮤지션 지망생들을 위함”이라는 단서를 달았고 매체들은 호의적인 기사를 쏟았다. 추후 다른 곡의 연주 음원 소스 공개도 검토 중이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는 26일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 음원 공개에 앞서 오프라인 음반을 먼저 내놓았다. 가요계의 움직임과 상반된 행보다. 소속사 네오비즈는 “음악적 완성도로 승부한다는 자신감이 내포된 결정”이라는 멘트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 기사화를 이끌었다.
이소라는 발매 3주 전인 18일 새 앨범 ‘8’의 수록곡 ‘난 별’의 악보를 공개하고 22일 또 다른 수록곡 ‘나 포커스’의 악보를 공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악보 공개 직후 여러 가지 버전의 연주 영상이 잇따라 등장했고 이소라의 신보는 자연스럽게 주목받았다.
앞서 여러 미디어가 모여서 하는 라운드 인터뷰나 음악감상회 형식으로 홍보활동을 펼친 임창정(41) 조성모(37) 소찬휘(42) 등을 “소소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변칙과 정성이다.
거장, 중견들의 홍보수단 다변화에 앞서 ‘가왕’ 조용필(64)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정규 19집 ‘헬로’의 신드롬에 가까운 성공이 있다. 조용필은 10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변화된 가요계와 매체의 환경에 맞춰 이례적으로 앨범을 적극 홍보했고, 성공했다. 조용필은 음악뿐 아니라 음악의 홍보방식에서도 기타 뮤지션들에게 자극을 준 셈이다.
시작은 ‘음악감상회’였다. 기자들이 모여 앨범의 수록곡을 듣는 음악감상회는 음악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시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조용필 이후 이승철(48) 신승훈(46) 등이 음악감상회에 참석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만났다.
이선희가 이번에 시도한 쇼케이스 방식도 조용필의 그것과 같다. 당시 조용필은 밴드 ‘자우림’ ‘국카스텐’, 그룹 ‘팬텀’ ‘이디오테잎’, 가수 박정현들의 축하 공연 속에 쇼케이스를 펼쳤다. 수많은 언론이 ‘축제의 현장’을 조명했고 가왕의 위치는 격상됐다.
공들인 거장, 중견 가수들의 앨범 관련 소식을 놓치지 않고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도와 노력은 반갑다. 매체의 범람, 음반이 아닌 음원으로 노래를 소비하는 가요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홍보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칫 콘텐츠가 아닌 아이디어와 자본으로 음악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공존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을 차치하고라도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거장과 중견 가수들의 치열한 앨범 알리기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25일 쇼케이스 현장에 선 이선희의 “가요계에서 앨범을 내고 노래하는 동안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해서 앨범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정착되지 않은 문화다. 오늘 처음으로 누린다”는 말은 곱씹을 필요가 있다. “패션쇼 등 행사장에 가도 포토라인에 선 적이 없다”는 이선희는 이날 수많은 카메라 앞에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