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2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울산 모비스와 서울 SK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종료 1분19초전.
61-57로 앞서가던 모비스는 아찔한 상황을 맞이했다. 주전 포인트가드이자 팀의 '기둥'인 양동근(33)이 5번째 개인반칙을 기록하고 코트를 떠났기 때문이다.
수비를 하던 양동근은 상대 스크린을 빠져나가려다 SK의 최부경을 밀어서 넘어뜨렸다. 심판이 양동근의 반칙을 선언했고, 최부경에게는 자유투 2개가 주어졌다.
61-52로 앞서가다가 4점차까지 추격을 당한 모비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최부경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61-59로 쫓긴 모비스는 양동근 없이 1분19초를 버텨야했다.
추격을 당해 고비를 맞은 상황에서 '야전사령관'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은 모비스로서 아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비스는 함지훈이 상대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숨을 돌렸다. SK가 변기훈의 3점포로 추격했지만 이지원의 상대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 4개를 모두 넣으면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모비스의 유재학(51) 감독은 "양동근이 퇴장당했을 때 경기를 하기 싫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상대가 압박 수비를 해서 하프라인을 넘기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양동근이 끌어줘야 안정적인데 빠져버렸다. 양동근이 중요할 때 없으면 감독 입장에서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유 감독은 "함지훈이 파울을 당하지 않았으면 경기가 더 어려워질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수들이 집중한 덕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한 유 감독은 "연습 때에도 자유투가 잘 들어가지 않는 이지원이 그렇게 해준 것은 집중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양동근은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추격의 발판을 준 것이 저였다. 공격에서 슛감이 좋았는데 너무 안들어갔다"며 "그래서 너무 미안했다. 쉽게 갈 수 있는 경기였는데 고참이라고 하는 제가 너무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신 투입돼 승부를 결정짓는 자유투를 침착하게 성공시켜준 이지원에 대해 양동근은 "이지원과 룸메이트다. 방에 가서 뽀뽀는 아니더라도 엉덩이를 많이 쳐줘야겠다"며 "원래 (이)지원이에게 장난을 많이 치는데 오늘 하루는 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모비스는 이날 리바운드 싸움에서 40-20으로 크게 앞섰으나 경기는 어렵게 풀어나갔다. SK가 압박 수비를 펼친 후에는 공격이 주춤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 감독은 "리바운드에서 그렇게 앞섰으면 경기를 쉽게 끌고나갈 수 있는데 선수들이 당황한 것 같다. 상대가 압박수비를 하기 시작하자 선수들이 당황했다"고 분석했다.
양동근은 "그렇게 된 것은 저 때문이다. 제가 넣어줘야하는 슛을 못 넣었고, 흐름을 많이 내줬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어렵게 경기를 이겼다. 유 감독과 양동근은 4차전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결정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대편 대진에서는 이미 창원 LG가 3연승을 달려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유 감독은 "우리도 경기를 적게 하고 올라가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SK나 LG에 비해 선수층이 얇아 4차전에서 끝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양동근은 "팀의 고참,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4차전에서 못한 부분을 만회하도록 반성을 많이 하겠다"며 "4차전에서 이기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후에 창원 LG에 대해 분석하겠다"고 다짐했다.
LG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힘을 보태고 이날 경기장을 찾은 형 문태종(39)의 응원을 받은 문태영은 "형이 하루 휴가라 놀러왔는데 편하게 경기만 보고 간다고 했다"며 "LG가 3연승으로 올라갔지만 자극은 되지 않는다. LG는 1승만 더 하면 결승에서 만날 상대니 일단 현재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SK 선수들과 적잖은 신경전을 벌인 문태영은 "유치한 장난에는 더 이상 엮이지 않으려고 한다. 나만의 경기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SK 벤치 쪽에서 나를 많이 괴롭히라는 특명을 받은 것 같은데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