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너무 고루하거나 너무 앞서 가서 부담을 주지 말자는 마음이 시작이었습니다. 초연하게 작업하자고 했지만 작업하다 보니 마지막 앨범처럼 작업하고 있더라고요."
'발라드의 황태자' '미성의 아이콘' 등으로 소개되는 가수 조성모(37)가 '변화의 바람(Wind of Change)'을 몰고 왔다. 2010년 12월 미니앨범 '땡큐' 이후 4년 만의 미니앨범이다.
조성모는 24일 서울 청담동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열린 음악감상회에서 "오랜 시간 비슷한 패턴의 음악을 해오다 보니 정체된 면이 있었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 조성모의 새로운 도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1집 '투 헤븐(To Heaven)'으로 데뷔 당시 물량을 쏟은 뮤직비디오만을 공개, '얼굴 없는 가수'로 불렸다. 이후 귀공자 같은 외모를 공개, 큰 인기를 누렸다. 활동을 거듭하며 역대 골든디스크 대상 최다 수상(3회),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 돌파가수 등으로 당대를 풍미했다.
댄스 그룹 위주로 가요계가 재편되며 설 자리가 줄었다. 조성모도 '다짐' 등의 댄스곡으로 히트했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대중의 기억에 각인되지 못한 가수들이 나온 KBS 2TV '내 생에 마지막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남 이야기 같지 않다"고 말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각오로 날을 세운다기보다는 "가수가 업"이라는 마음으로 내려놓았다. 앨범 제목 '윈드 오브 체인지'가 달라진 조성모를 말한다. "이제는 편안하고 초연하게 음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전의 음악이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면 이번에는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선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사의 계획에 쫓기듯 만든 전작과 달리 "노래가 나타날 때"까지 오래 기다렸다. "인연처럼 운명처럼 노래를 만나기 전까지는 앨범을 내지 말고 기다려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노래에 실린 곡의 수는 적지만 들인 시간과 공, 열정과 심지어 금액적인 부분까지 다른 앨범보다 많이 쏟았죠."
앨범에는 연주곡 한 곡을 포함해 모두 일곱 트랙이 자리했다. 조성모를 여린 곡을 부르는 발라드 가수로 기억하는 이들의 기대를 살짝 비켜나간 곡들이다. 조성모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백하고 따뜻하지만 그는 분명 예전과는 다른 노래를 한다.
"예전에는 남자지만 여자를 대변한다는 느낌의 곡들이 많았어요. 그동안 드라마틱한 감성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남자가 사랑하면서 여자에게 느끼는 감정을 주로 담았어요. 저도 이제 나이도 있고 남자로 다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게 됐네요."
힙합 1세대로 남성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가수 현진영(43)과 손잡고 만든 결과물이다. "음반을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음반을 낸 뒤의 여러 상황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했죠. 선뜻 곡을 모으고 작업할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때 현진영씨가 많이 도와줬어요. 그러다 문뜩 함께 음악을 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모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타이틀곡은 '유나야'다. 2년 전 만들어진 곡으로 조성모는 첫사랑에게 미처 건내지 못한 편지를 10년이 지난 뒤 읽는 남자의 심정을 담담하게 소화했다. '베이비, 러브 러브 러브'라는 후렴구는 봄 햇볕을 노래하는 듯 따뜻하다.
"'유나'는 남자들의 첫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이번 앨범은 '유나야'를 타이틀곡으로 정해놓고 작업했어요. '유나야'라는 곡을 2년 전에 받고 앨범을 만들게 된 셈이죠. 곡이 너무 말랑말랑하지 않은 감성적인 느낌으로 잘 풀린 거 같아요."
이 곡은 피겨스타 김연아(24)가 출연하는 광고의 캠페인송으로 삽입, 방송되고 있다. 노래 제목인 '유나야'와 김연아의 영어명이 YUNA로 동일한 점에 착안한 광고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성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연아 선수를 응원할 수 있는 곡을 부를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마음이다.
앨범에는 '유나야'를 비롯해 현진영이 만든 유려한 멜로디의 발라드 '첫사랑', 몽환적인 편곡이 돋보이는 '너무 아프다고', 현진영과 함께 부른 '조성모표' 발라드 '추억의 책장', 펑키한 리듬과 조성모의 능청스러운 보컬이 인상적인 '나의 여신' 등 다양한 '조성모'가 실렸다.
"예전 앨범들이 잡을 수 없는 애인을 소개했다고 하면 이번 앨범은 좋은 친구를 소개하는 느낌이에요. '제가 만든 좋은 친구가 있는데 들어봐 줄래?'라는 느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