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이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 양국간 난제를 풀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정상이 만나기로 한 것은 일단 한일 양국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두 나라가 구원(舊怨)을 내려놓고 꼬여버린 양국 관계의 매듭을 푸는 등 관계 복원의 단초를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한·일 양국이 최악의 관계로 치닫는 단초를 제공한 ‘일본군 전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간 확연한 시각차가 최대 걸림돌이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마저 부인하고 있는 아베의 도발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양국간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우리 정부는 아베 내각을 상대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으라는 주문을 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취해야 할 조치를 1과 0식으로 확연하게 적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본 아베 내각이 결국 진정성 있는, 구체적 조치를 취해 문제를 풀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의 언급은 아베 정부 수뇌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더불어,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상대로 ‘위로금’이 아닌 정부 차원의 보상 등 다양한 해법을 고민해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우경화 행보를 거듭해온 일본 아베 내각에서는 ‘언제까지 (한국에) 허리를 숙여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반발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사과했으며, 정부 차원의 보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사회당-자민당 연립 정부 때나, 하토야마 총리가 이끌던 민주당 정부에 이어 아베 내각에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뤄질 경우 추후 원폭피해자·사할린 강제 징용자 가족 등의 연쇄 소송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역대 정부가 고노담화를 통해 일본군이 위안부를 전시에 강제동원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민간기금을 앞세워 위안부 할머니들을 상대로 정부차원의 보상이 아닌 ‘위로금’ 명목의 돈을 전달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두 나라 지도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과연 창조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일본 유족회 등 보수우익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아베 총리가 지지층의 뜻에 역행해 우리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 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독도 문제 역시 일본측의 자세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온 아베 총리가 기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그가 내달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양면전’을 펼치기 부담스러워 한·일관계 복원을 압박하는 미국측에 양보를 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언제든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다.
결국 일본측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회담은 일회성 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토야마 일본 전 총리의 동북아시아 고문인 윤성준 씨는 “양국이 영토 문제와 달리, 그래도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 내에서도 하토야마 전 총리 등 사회지도층이 과거 여성평화기금과 같은 성격의 기금을 다시 만들고, 지식인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를 하는 등 해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한국정부도 이러한 흐름이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