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는 데이비드 모예스(5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감독이 극적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하며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껐다.
모예스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20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2013~201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로빈 판 페르시(31)의 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이겼다.
지난달 26일 1차 원정에서 졸전 끝에 0-2로 패했던 맨유는 이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최근 워낙 경기력이 좋지 않아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랐지만 맨유는 1·2차전 득점 합계에서 3-2 역전에 성공하며 가까스로 대회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 명장 알렉스 퍼거슨(73) 전 감독 감독의 뒤를 이어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모예스 감독은 '빅클럽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팀이 정상 괘도에 오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은 됐지만 모예스 감독 부임 후 맨유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맨유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현재 7위(14승6무9패·승점 48)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정규리그 9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맨유는 선두 첼시(20승6무4패·승점 66)에 승점은 18점 차로 뒤져 있다. 사실상 리그 2연패는 물 건너갔다.
리그에서의 부진이 전부가 아니다. 맨유는 2014년 들어 치른 15경기(각종 컵대회 포함)에서 5승2무8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 사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캐피털원컵에서 모두 탈락했다.
만약 이날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도 떨어졌다면 맨유는 올 시즌을 무관으로 마칠 위기에 놓여 있었다.
해외 언론들도 앞다퉈 경질설을 보도하며 모예스 감독을 압박했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을 비롯한 복수의 언론들은 지난 19일 "맨유가 모예스 감독의 경질을 고려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출신 루이스 판할 감독을 후임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벼랑 끝에 몰려 있던 모예스 감독은 팀의 극적인 승리와 더불어 자신의 감독 생명도 연장시켰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경기를 마친 모예스 감독은 UEFA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지난 월요일 연습에서 올림피아코스를 3-0으로 물리쳐야 다시 팬심을 얻을 수 있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며 "선수들은 오늘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승리의 주인공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맨유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선수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만 발휘한다면 저희는 어떤 팀도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경질설에 대해 모예스 감독은 "클럽 내에서 어떠한 압박도 받고 있지 않다"며 "맨유의 감독직은 제가 이곳에 오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자리인 것 같다. 하지만 구단과 함께 모두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서로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의 입지에는 변화가 없음을 과시했다.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지만 맨유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험하기만 하다. 맨유는 오는 23일(웨스트햄 유나이티드)·26일(맨체스터 시티)·29일(아스톤 빌라) 정규리그 3연전을 치러야 한다.
3일에 한 번씩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살인 일정이다. 정신력을 재무장한 모예스호는 3월 말 강행군을 통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