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잭 워너(71) 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카타르의 2022년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 모하메드 빈 함맘(65) 카타르 전 축구협회장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는 영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8일(한국시간) 워너 전 부회장이 지난 2010년 12월2일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가 확정된 후 2주 가량 지나 자신과 아들들, 회사 부하 직원 등의 명의로 함맘 전 회장 소유의 카타르 에너지 기업 켐코(Kemco)로부터 총 235만 달러(약 25억원)를 송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켐코의 내부 자료를 토대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켐코에서 워너 전 부회장이 설립한 자마드(Jamad)로 120만 달러(약 13억원)가 먼저 송금됐고, 이어 워너 전 부회장의 아들들에게 75만 달러(약 8억원), 회사 부하 직원에게 40만 달러(약 4억원)가 각각 전달됐다.
특히 이중 일부 자금이 미국 뉴욕의 한 은행을 거쳐 워너 전 부회장의 모국인 중남미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토바고와 가까운 조세 피난처인 케이맨 제도의 한 은행 계좌로 넘어간 사실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포착돼 현재 수사 중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와 관련해 워너 전 부회장 측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거부됐다고 덧붙였다.
또 뇌물 공여 문제에 대해 카타르월드컵조직위가 "대회 유치 과정은 FIFA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한 가운데 이뤄졌다"며 일축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앞서 지난 2011년 7월 워너 전 부회장과 함만 회장은 그해 5월 FIFA회장 선거와 관련된 뇌물 수수 의혹으로 FIFA와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회장이던 함만 회장은 FIFA 회장 선거에 도전, 북중미-카리브해 지역 FIFA 집행위원들에게 4만 달러(약 4000만원)씩을 뇌물로 뿌린 혐의를 받았다. 워너 전 부회장 역시 이 사건과 관련돼 북중미-카리브해 축구연맹(CONCACAF)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때도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지만 회장 선거와 달리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보도로 인해 가뜩이나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여름철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문제로 비판이 일고 있는 카타르월드컵에 또 다른 악재가 불거지게 됐다.
실제로 텔레그래프는 '열사의 나라' 카타르의 2022 년 월드컵 유치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결정 중 하나였다고 언급해 카타르월드컵이 가진 갖가지 문제를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