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방송 무대가 줄어들고 음원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 가수에게 드라마 OST는 존재감을 알릴 훌륭한 창구다. 드라마가 반복될 때마다 곡이 노출돼 홍보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배경음악으로 치부되던 OST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임재범부터 소녀시대까지 OST에 참여하는 가수들의 면면도 화려해졌다. 퍼포먼스 없이 노래만으로 울림을 줄 수 있는 보컬 실력을 갖춘 이들이 대부분이다.
지난달 25일 정식 데뷔 앨범 ‘어떤 안녕’을 발표한 ‘멜로디데이’(여은·예인·차희)를 꾸미는 ‘보컬 그룹’이라는 수식어는 이들의 발표곡을 훑으면 수긍이 된다. ‘멜로디데이’는 “막 데뷔했어요”라며 수줍지만, 2012년부터 꾸준히 OST로 목소리를 알린 그룹이다.
2012년 KBS 2TV 드라마 ‘각시탈’의 ‘그 한 마디’를 시작으로 10여편의 드라마의 OST를 불렀다. KBS 2TV ‘내 딸 서영이’의 ‘그때처럼’, SBS TV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달콤하게 랄랄라’, SBS TV ‘주군의 태양’의 ‘올 어바웃’ 등 인기 드라마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올 어바웃’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했거든요.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어요. 사람들은 저희가 불렀다는 걸 몰랐어요. 멤버들끼리 조촐하게 축하했죠”(차희), “그때는 사람들이 ‘얘네들 뭔데 얼굴 공개를 안 하느냐, 못 생겨서 못 나오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뜨끔했죠.(웃음)”(예인)
참여한 모든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멜로디데이’는 다양한 분위기의 OST를 부르며 경험을 축적했다. 목소리의 인지도가 쌓이고 입소문이 돌았다. 외모 지적에 뜨끔했지만, 오랜 꿈을 펼칠 기회였다.
아버지가 유명 성우 안지환(45)인 예인(19)은 놀러 가듯 방송사를 드나들며 꿈을 키웠다. “아버지를 따라 음악방송 구경을 많이 갔어요. 보고 자란 게 그런 거니까 당연히 크면 가수들이 섰던 무대에 오를 줄 알았어요.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발레, 동양화 등 예체능 쪽에서 재능을 보인 차희(18)는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았다. 곳곳에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고 자신도 몰랐던 노래에 대한 재능도 발견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제가 공부를 계속하기를 원했지만 ‘멜로디데이’의 노래를 들은 후부터는 응원해주고 계세요.”
어린 나이에 그룹의 맏언니 역할을 맡은 여은(24)은 여린 외모이지만 꿈으로 단단해진 내면을 지녔다. 명지대 뮤지컬과에서 수석을 수시로 하는 인재이기도 하다. “다섯 살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어요. 학창시절 재즈를 배우고 흑인을 찾아가서 흑인 음악을 배우기도 했죠.”
‘보컬그룹’ ‘OST계의 신데렐라’ 등의 수식어를 놓치고 싶지 않아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거듭했다. “저희를 장식하는 수식어들이 부담되기도 했어요. 그만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서 늦게까지 연습했죠.”(예인)
정식 데뷔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어떤 안녕’은 오랜 연습의 결과다. ‘제2의 가족’이라고 말하는 멤버들이 만드는 풍성한 화음, ‘멀어진다. 뜨거워진다. 눈물이다. 이별이다’로 이어지는 짧고 담담한 가사는 이별을 마주한 여성의 절절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저희 팬이요? 있지않을까요…?”라며 말을 줄이지만 ‘어떤 안녕’은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잘 되고 싶다’ ‘부럽다’ ‘포기하지 말자’ 등의 문장을 일기장에 적으며 견딘 보상이다.
방송 무대에 서면서도 기록되는 단어는 다르지 않다. “우리의 목소리와 얼굴, 개성 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이번 앨범의 목표에요. 그렇게 열심히 해서 연말에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고 싶어요."(멜로디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