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한 이후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새정치를 하겠다는 초심이 변치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그가 그동안 삼고초려하며 어렵게 영입한 인사들은 깊은 배신감을 표현하며 떠나가거나 혹은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신당 지지율도 그렇다. 통합 발표가 나온 직후만 하더라도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보는 듯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개별 정당 지지도 합산보다 높게 나타났었다. 하지만 불과 1주일여 지나서는 오히려 개별적 합산보다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미미, 또는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과 그토록 원하던 1:1 구도는 만들었을지 몰라도 국민들이 기대하던 새정치는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일고 있는 이유다.
◆떠나간 김성식, 결별 예고한 윤여준
통합선언 직후, 가장 먼저 안철수 의원과 공개적으로 결별을 선언한 것은 김성식 전 의원이었다. 새정치연합 주요 인사 중 유일한 새누리당 출신으로, 안 위원장은 김 전 의원을 ‘모시기’ 위해 그동안 삼고초려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가 새누리당 출신이면서도 합리적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어, 새정치연합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결사체가 되는데 중심적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성식 전 의원은 안철수 위원장과 김한길 대표가 통합을 선언한 날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새정치의 뜻을 잃지 않는다면 통합도 나름 길이 될 수 있겠다. 잘 되길 기원한다”면서도 “어느 길이 절대 선인지 가늠할 능력조차 제겐 없다”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다만 새로운 대안정당을 만들어 우리 정치 구조 자체를 바꿔보려는 저의 꿈이 간절했기에, 그 꿈을 나누는 과정에서 쌓은 업보는 제가 안고가야하기에, 저는 고개부터 숙이고 오랜 기간 홀로 근신하고자 한다”고 덧붙여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덧붙여 “고민은 없다. 꿈을 가슴에 묻는 아픔이 있을 뿐”이라며 “그 또한 저의 부족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김 전 의원의 이 같은 글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과의 결별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통합신당에 합류는 하되 2선에 후퇴해 있겠다는 의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지난 6일 다시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결별’을 의미한 것임에 쐐기를 박았다. 글의 제목까지 ‘Gone with the Dream’(꿈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김 전 의원은 글에서 “며칠 전 ‘꿈을 마음에 묻으며’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일부에선 고민의 시간으로 오해하기도 하더라”면서 “붓끝은 절제했지만 제 뜻은 명료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새정치연합의 공동위원장, 발기인, 당원의 자리에서 물러남을 오늘 안철수 운영위원장과 공동위원장들께 전했다”며 “‘홀로 오랜 기간 근신하겠다’는 저의 뜻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 것이다. 모두 건승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근신을 시작한 저로서는 가급적 상당 기간 공개적인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저 간혹, 저의 손때도 묻어있는 새정치연합의 발기취지문을 다시 읽어보련다. 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라고 덧붙여 말했다.
김성식 전 의원과 함께 윤여준 의장 또한 일부 언론을 통해 강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윤 의장은 가장 먼저 지난 3일 <광주일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신당 창당 과정과 민주당의 새정치 의지가 드러난 것을 보고 향후 거취 문제를 판단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안철수 위원장에 대해서는 “김한길 대표와의 신당 창당 합의를 뒤늦게 알려준 것에 대해 서운하기 보다는 무슨 일을 이렇게 하나,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성급하게 결정한 만큼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다. 반드시 대가가 뒤따를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7일에도 윤 의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안철수 위원장에 대한 극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윤 의장은 안 위원장이 급작스런 통합을 발표한데 대해서도 “이해가 안 된다. 그동안 내가 모르는 무슨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서는 밤에 앉아 몇 시간 만에 그렇게 합의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동안 얘기가 쭉 진행돼왔거나 신당창당 논의의 프로세스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여기에(통합 논의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관심이 있느냐 하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야 이 자가 나한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안철수 위원장을 ‘이 자’라고까지 표현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의장은 또, “나한테 그렇게 수도 없이 새정치를 다짐하더니…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 아카데미상을 줘야 한다”고 날 세워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안 의원 본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그러고 남보고 약속 안 지킨다고 그런다”며 “이것(창당 방식)만 결정되면 떠난다”고 통합신당 합류를 거부, 결별을 예고하기도 했다.
◆통합선언 직후 시너지 나타났지만…
한편, 양측이 통합신당 창당을 결의한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합신당 지지율은 이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지지율 합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4일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율이 42.9%로 나타났고, 통합신당 지지율은 39.7%로 조사됐다. KBS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합보다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3.1%p 상승했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1.9%p 빠졌다. 이 조사는 유무선전화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7.5%였다.
경향신문이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4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39.3%, 통합신당이 29.8%, 격차가 9.5%p로 여전히 어느 정도 간격은 있었다. 하지만, 양측의 통합신당 창당 선언 이후 신당 지지율이 5.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됐다. 이 조사는 지난 3~4일 전국 성인남녀 601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임의 걸기 방식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0%p, 응답률은 19.2%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지난 7일 발표한 3월 첫째 주(4~6일) 정례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39%, 통합신당이 31%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신당은 앞서 ‘민주당+새정치연합’ 지지율(33%) 대비 2%p 낮은 것은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컨벤션 효과마저 가라앉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