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스탠딩 마이크를 마치 제 몸인양 놀리고('드림걸'), 스텝을 쉴 새 없이 밟는 동시에 몸의 관절을 따로 움직이며('링딩동'), 다섯 멤버가 한 몸인 듯 한 치 오차도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셜록'·'에브리바디') 한류그룹 '샤이니'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숨을 쉴 틈도 없다.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이는 샤이니는 이렇게 무대에서 매번 극한을 드러낸다. 멤버들의 보컬과 춤 능력이 뒤따라야 가능한 장면들이다.
아이돌 중 내로라하는 보컬 종현(24)을 필두로 안정적인 감미로운 목소리의 온유(26), 패셔니스타로 '쏘는' 보컬이 특징인 키(23), 훤칠한 외모로 퍼포먼스의 중심축을 붙드는 민호(23), 여린 막내의 이미지를 지녔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폭발력을 자랑하는 태민(21)까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퍼포먼스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낸다.
샤이니는 그런데 바로 이 같은 점 때문에 마니아적인 면모가 다소 짙었다. "대중과 멀어졌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태민의 말마따나 색다른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뿐인데 대중이 이를 마니아스럽게 수용한 것일 수 있다. 샤이니가 표방하는 '컨템포러리 밴드'처럼 최신의 것을 선보이고자 하는 의지도 그러했다.
지난해는 1년 내내 쉬지 않고 '드림 걸'과 '와이 소 시리어스', '에브리바디' 등을 3연속 히트시키며 독특한 음악 색깔·실력뿐 아니라 대중성까지 '공인'받았다. 음원차트 1위와 연말 시상식 대상은 덤이었다.
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샤이니 콘서트-샤이니 월드Ⅲ 인 서울'은 그래서 더 격렬하고 뜨거웠다. 민호가 콘서트에 앞서 밝혔듯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샤이니의 어느 곡보다도 대중적인 멜로디로 인기를 끈 '드림걸', 좀비 콘셉트로 샤이니다운 마니악 면모를 뽐낸 '와이 소 시리어스', 역시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퍼포먼스의 '에브리바디'로 스펙트럼도 넓혔다.
한국에서 1년9개월 만에 열린 이날 콘서트는 그것을 증명한 무대였다. '스포일러'로 출발해 앙코르곡 '초록비'까지 2시간30분 내내 무대를 꾸미는 동안 멤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면서 밝고, 신나했다.
'걸스 걸스 걸스'와 '빗 속 뉴욕' 등 뮤지컬풍 무대, '떠나지 못해'와 '오르골' 같은 감미로운 무대는 팬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앞서 샤이니는 작년 일본 9개 도시에서 15회 공연 투어를 통해 총 22만명을 끌어모았다. 이날 '키스 요'와 '스타트' 등의 일본노래 무대는 현지활동 보고였다.
샤이니는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지 않음에도 종종 록밴드를 연상시킨다. 일렉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도드라지는 강렬한 음악을 배경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뽐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들만의 규칙과 규율 속에서도 자유롭게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이 록의 자유분방함과 맞닿아 있다.
샤이니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보이밴드 중에서는 한류그룹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가 먼저 언급된다. 샤이니의 후배 그룹인 '엑소'가 대세로 떠오르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샤이니는 그러나 지난해 활동을 응축하고, 향후 계획의 힌트를 주는 이날 콘서트에서 자신들의 독보적인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SM뿐 아니라 한국 아이돌 보이밴드계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웅변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샤이니 월드Ⅲ 인 서울'에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타이완 등 세계에서 찾아온 총 2만여 팬이 운집했다. 무대 뒷편을 장식한 길이 29m의 LED 스크린, 플로어 LED 등이 공연의 화려함을 더했다.
한편, 샤이니는 첫 중남미 3개국 투어에 나선다. 4월4일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아레나, 6일 칠레의 산티아고 무비스타 아레나, 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루나 파크 아레나에서 '샤이니 월드 Ⅲ'를 펼친다. 남미 공연 후 5월11일 타이완, 6월1일 중국 상하이, 같은 달 22일 인도네시아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