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문나이트'는 엄밀히 말해 뮤지컬이 아니다. 뮤지컬에서는 노래와 연기 그리고 춤, 3박자가 어우러진다.
'문나이트'의 배우들은 그러나 거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뮤지컬에서 반주음악(MR)도 아닌 원곡의 반주·노래가 모두 녹음된 곡(AR)으로 대부분의 장면을 꾸미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다.
하지만 제작사 보보스컴퍼니는 처음부터 '댄스컬'(댄스+뮤지컬)을 표방했다. 춤으로 노래하고, 춤으로 연기하며, 춤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극중 댄스팀 '망고'가 결성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배경으로 4명의 팀원이 뭉치는 과정을 춤으로 풀어내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춤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된 동력인만큼 커다란 이야기 줄기는 단순하다. 시골에서 잘나가던 춤꾼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이민수', 그의 라이벌이자 사랑의 적수인 최고의 킹카 '강우혁'을 주축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배신, 좌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랑과 우정 역시 자리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꿈만 믿고 뭉쳤던 이들이 돈으로 인해 분열되고 결국 우정을 지킨 이가 성공한다는 스토리는 기존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클리셰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문나이트'가 저만의 리듬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실제 존재한 공간이 배경이라는 데 있다. 1990년대 초 춤꾼들의 성지였던 서울 이태원의 클럽 '문라이트'다. 박진영·현진영·양현석·클론(강원래·구준엽) 등 한 시대의 문화를 주름잡았거나, 잡고 있는 이들이 활약한 곳이다.
'넥스트'의 '도시인', '듀스'의 '나를 돌아봐', 현진영의 '흐린 기억속의 그대', '터보'의 '검은고양이 네로', 엄정화의 '초대'와 '배반의 장미' 등 1990년대 히트곡을 배경으로 배우들이 쉴 새 없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소 헐거운 이음새는 땀과 열정으로 금세 메워진다. 100여분간 문라이트에 온 것처럼 소리 지르고 즐기고 있노라면, 러닝타임 100분이 훌쩍 지나간다.
그룹 '엠블랙' 멤버 천둥(24)과 승호(27), 탤런트 박재민(31)이 댄서로 나온다. 천둥과 박재민은 시골에서 잘나가던 춤꾼으로 꿈을 이루고자 상경한 '이민수'역을 나눠 맡는다. 승호는 '문라이트' 최고의 킹카 '강우혁'을 연기한다. 개그맨 심현섭(44)과 뮤지컬배우 임기홍(39)이 극을 이끌어가는 'DJ'를 나눠 맡는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통해 뮤지컬 프로듀서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MC 김승현(54)의 두 번째 프로듀서작이다. 스타 예능PD 출신 이상훈(55)이 연출을 맡았다. 1990년대 히트곡을 양산한 작곡가 주영훈(45)이 음악감독이다. 김승현과 함께 이은아 보보스컴퍼니 대표가 공동프로듀서로 나섰다.
'2013 세종문화회관 서울뮤지컬단 창작공모사업' 선정작이다. 뮤지컬배우 하완영, 장미, 그룹 '투엑스' 멤버 지유, 김승용, 한수지 등이 나온다.
2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볼 수 있다. 금요일에는 오후 8시 공연과 함께 오후 10시 공연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