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5일 통합신당 창당방식 문제를 놓고 깊은 갈등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핵심은 민주당의 해산 여부다. 새정치연합은 ‘제3지대 신당’이라는 취지에 맞게 민주당을 해산한 뒤 신당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입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민주당은 신당을 우선 창당하고 민주당과 신당이 당 대 당으로 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측 신당추진단장인 설훈 의원은 “민주당을 어떻게 해산하느냐. 해산이 안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해산할 경우에는 어떻게 된다는 걸 충분히 설명했고 그에 대해 모두 이해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을 해산하기는 어렵다’는 것에 다들 공감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이 해산하면 예상되는 국고보조금 손실 규모는 약 12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산할 경우 국고보조금 중 국회의원선거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받게 되는 몫을 받지 못하고 민주당의 재산도 모두 처분해야 한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절차상 번거로움 또한 민주당이 해산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당원들을 모두 해산시키고 새로운 당원의 입당을 받아야 하고 전당대회와 창당대회 모두 다시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새정치연합 측은“양측 모두 원점에서 같은 자격으로 다 내려놓고 시작하자”면서 “그것에 제일 부합하게 하려면 양쪽 모두 해산하고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 제1원칙”이라고 고수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송호창 소통위원장은 “아무것도 합의된 것은 없다”면서 “처음부터 우리가 얘기했던 것은 해산 뒤 입당 방식”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인사들은 이날 처음 가졌던 민주당과의 지도부 연석회의가 끝난 후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회의 직후 “신당추진단 회의 참여를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그럴 이유가 있다”고 말했고 윤여준 의장도 “회의를 해 보니 계속 우려를 해야겠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계안 공동위원장 역시 “돈을 가진 사람과 꿈을 가진 사람의 결합”이라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창당 과정과 관련, 지도부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찾아 “합당 형식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반면 김효석 공동위원장은 “민주당 해산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우리는 아직 당이 아니다. 그러니까 (당 대 당 통합은) 처음부터 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합당 형식이 아니라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당 대 당 합당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면 김 공동위원장은 이날 창당추진단 회의 후 “해산할 정도의 각오를 가지고 기득권을 다 내려놓자는 이야기는 했지만 해산을 특정해서 해산하라고 (민주당에게) 얘기한 적은 없다”며 “(민주당 해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 해산 후 입당 모델을, 김 공동위원장은 당대 당 통합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이날 첫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6·4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17년 대선 승리를 결의했지만 민주당 ‘해산’ 여부를 두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새정치연합 내 파열음도 이어지면서 향후 양측의 ‘위험한 동거’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