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강등에 대한 압박보다는 상위 리그에서 지는 스트레스가 더 낫다."
인천유나이티드의 김봉길(48) 감독이 K리그의 스플릿 시스템에 대한 심적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4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봉길 감독은 "하위 스플릿에서 강등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보다는 상위 스플릿에서 경기에 지는 스트레스가 훨씻 낫다"고 전했다.
감독으로서 소속팀의 강등에 대한 심적 부담이 상당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김 감독은 공개 미디어데이에서도 상위 스플릿 잔류에 대한 간절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무대 위에 올라 주어진 시간 동안 자유롭게 답변할 수 있는 시간에 그는 현실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 어렵게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서 많이 고전했다"며 "그래도 올라가 보니 좋기는 더 좋았다. 올해도 상위 스플릿에 꼭 진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인천은 지난해 아슬아슬하게 상·하위 스플릿의 경계인 7~8위를 오르내렸다. 그러던 중 8월2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에서 3-1로 승리, 상위 스플릿을 확정했다.
당시 승리로 11승8무6패(승점 41점)가 된 인천은 정규 라운드를 1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스플릿 상위 그룹에 잔류하게 됐다.
당시 인천은 '시민 구단의 승리', '봉길 매직' 등을 외치면서 상위 스플릿 잔류의 기쁨을 표현했다. 시민구단으로 재정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나름 선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인천은 상위권 팀들과의 고전 끝에 결국 상위 스플릿 7개 팀 가운데 최하위인 7위로 시즌을 마쳤다.
김 감독이 무조건 상위 스플릿을 강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천은 2012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시즌 초반 전임 허정무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지만 후임 김봉길 감독 부임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달린 끝에 상위 스플릿을 내다봤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상위 스플릿 티켓을 놓쳤다. 제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뼈아픈 0-0 무승부를 기록한 인천은 결국 경남에 골득실에서 뒤져 상위 스플릿 티켓을 내줬다.
하위 스플릿에서 전승을 거둬도 결국 8위밖에는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한 김 감독의 마음에는 깊은 생채기가 생겼다.
김 감독은 "하위 리그는 무서운 리그다.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리그이고 무서운 곳"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상위 스플릿에 남는 것을 올시즌 목표로 삼은 인천이지만 그다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김남일과 한교원 등 핵심 선수를 전북현대로 떠나 보냈다. 김 감독은 "시민구단의 비애"라고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떠난 선수들만 모두 제 자리에 있어도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내심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천은 지난 1월 브라질 출신 이보(28)와 몬테네그로 용병 니콜리치(24)를 영입해 공격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보는 키 178㎝·몸무게 66㎏의 다부진 체격으로 빠른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를 앞세워 경기 운영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수 니콜리치는 193㎝· 86㎏의 탄탄한 체구에 걸맞은 강한 슈팅과 헤딩 능력을 갖췄다. 큰 키에도 유연한 몸놀림을 갖춰 ‘제2의 데얀’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감독은 "조직력을 강조하는 팀의 색깔은 지난해와 같다"면서도 "니콜리치의 합류로 올해는 크로스를 통한 높이 싸움이 가능해졌다. 지난 시즌 높이에서 애를 먹었는데, 이 부분이 올해는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 나갔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줄 것"이라며 "구본상·이석현·이호균 등 국내선수들도 지켜볼 만 한다 인천만의 끈끈한 경기를 올해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