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내가 제일 잘 나가."
그룹 '2NE1'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거만한 표정, 찌푸린 눈썹, 한쪽 입꼬리만 올리는 미소, 격한 안무를 소화하며 건네는 윙크…. 한 달여의 프레 프로덕션, 1주 가량 실제 무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놓고 연습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앨범 공개 후 각 음원 차트의 꼭대기에 자신들의 곡을 걸어서일까.
월드투어를 앞두고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펼친 콘서트에서 '2NE1'은 겁 없고 당당했다.
정답은 그들의 대표곡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로 설명될지도 모르겠다. '2NE1'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대를 즐겼다. 그 결과 '모 아니면 도'로 풀이되는 공연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은 모(ALL)로 끝났다.
"핸드볼 경기장에 관객이 가득 차도 수익이 나지 않는 물량을 쏟아부었다'는 공연 전 스태프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날 '2NE1'이 펼친 모든 무대가 특별무대였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신곡들의 무대만으로도 그랬다.
공연의 포문을 연 건 정규 2집 수록곡 '크러시(CRUSH)'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고조된 6000여명의 함성, 무대를 가렸던 막이 떨어짐과 동시에 터지는 폭죽이 공연의 성격을 알렸다. 2NE1은 이날 공연의 두 번째 곡이자 존재를 알렸던 곡 '파이어(FIRE)' 무대에서 열기를 못 이기고 재킷을 벗어 던졌다.
이어진 '박수쳐' 무대에서 "일어나 즐겨달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될 말이었다. 이미 대부분 관객이 기립, 유연함을 자랑하는 공민지의 독무에 환호하고 있었다. 분위기를 훑은 씨엘은 "내가 누구라고?"라고 화를 내듯 외쳤다. 폭죽이 아낌없이 터진, 차 모양의 2층 형태 구조물과 함께한 '프리티 보이(PRETTY BOY)' 무대다.
'잘 노는 언니'들은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그리워해요'에서 그네를 형상화한 와이어에 매달려 노래한 2NE1은 '살아봤으면 해'에서는 움직이는 무대에 올라 팬들 가까이에 닿았다. 팬들은 절규하는 듯 고개를 저으며 노래하는 박봄,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씨엘을 가까이서 봤다. 산다라박은 이어진 언플러그드 버전의 '컴 백 홈'에서 기타를 잡아 분위기를 더했다.
공연 중간중간 자주 멤버들끼리 이야기하며 팬들에게 근황과 심경을 알리기도 했다. '나쁜 기집애' '멘붕' 등의 솔로 무대로 팀의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뽐낸 씨엘은 "이런 말 오글거려서 잘 안 하는데 그동안 저를 믿고 따라준 멤버들에게 고맙다"며 멤버들을 끌어안기도 했다.
새 앨범 수록곡 '해피(HAPPY)'의 뮤직비디오를 최초로 공개하는 등 팬 서비스에도 신경 썼다. 특히 '아이 러브 유' 무대에서는 4명의 남자 팬들을 의자에 앉힌 뒤 섹시 댄스를 선보여 부러움 섞인 탄성을 이끌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땀 좀 빼셔야죠" "다 같이 뛰어" "헤드뱅잉할 준비 되셨나" 등 록 밴드 콘서트 현장에서 많이 듣던 말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경기장을 진동케 하는 라이브밴드는 2NE1의 기존 곡들을 놀기 좋은 록 넘버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아이 돈트 케어' '고 어웨이'(GO AWAY)' 무대에서는 밴드가 무대 전면에 등장해 분위기를 돋웠다. 해드뱅하는 2NE1과 환호하며 점핑하는 관객들이 공연장을 록 페스티벌 현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공연의 게스트는 같은 소속사 후배 '위너'다. 그들은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저스트 어나더 보이(JUST ANOTHER BOY)' '고 업(GO UP)' 등을 선보였다.
한편, 2NE1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공연해 양일간 1만2000명을 모았다. 2NE1은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홍콩 싱가포르 요코하마 등 9개국 12개 도시에서 15회 공연한다. 매니지먼트사 YG엔터테인먼트는 예상 청중을 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