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두번째로 맞는 3·1절이 27일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념사를 통해 던질 대일(對日) 메시지의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한 내용은 알려진 게 없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한층 강경해진 대일 메시지를 담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기념사에서 “지난 역사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이뤄질 때, 공동번영의 미래도 함께 열어갈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일본 측에 올바른 과거사 인식을 촉구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끈질기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고위관료를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파견하면서 한·일관계가 급속히 경색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일본 관방장관의 안중근 의사 '테러리스트' 망언,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 명기, 공영방송 NHK 회장의 위안부 망언 등이 이어지면서 한·일관계는 최악의 갈등상황에 빠졌다.
브레이크 없는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으로 통상 역대 대통령 취임 첫 해 이뤄지던 한·일정상회담마저 열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도 강도를 더해갔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부터 며칠 뒤인 지난해 12월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른바 '일류국가론'으로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일류와 일등은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르다. 아무리 일등을 해도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헤아리지 못하고 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와 이익에 맞는 길을 가지 않으면 결코 일류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에 걸맞는 책임과 침략의 역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일류국가'는 결코 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여론도 박 대통령의 이같은 대일 접근법에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여서 올해 3·1절 기념사에도 이와 비슷한 기조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고령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도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에드 로이스 위원장을 비롯한 미국 하원 외무위원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소녀 시절에 일생을 잊지 못할 아픔을 겪었던 수많은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고 작년에 한 분 또 돌아가시고 해서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가) 55명 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 문제도 빨리 해결되는 게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1절 기념사를 통해 던질 대북(對北) 메시지는 최근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든 만큼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을 위한 보다 유연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통일준비위원회’ 발족과 “통일은 대박”이라는 언급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교류사업과 통일준비작업 등을 통해 통일 시대에 본격 대비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념사에서는 “북한의 도발에는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되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더욱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