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사실 음악을 오래하다보면 집중이 되지 않고, 포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죠. 그래도 아무래도 음악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제 자신에게 응원가를 만들었죠. '어기여 디어라'(7집) '언젠가는'(3집)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였어요. 스스로 일기장에 쓰듯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는 의미였죠."
싱어송라이터 이상은(44)이 25일 4년 만에 발매한 정규 15집 '루루'의 타이틀곡 '태양은 가득히'에 대해 "이 곡도 마찬가지예요. 꿈을 잃버리지 말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고 밝혔다.
어쿠스틱 사운드의 잔잔함이 인상적인 '태양은 가득히'는 꿈을 따라가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가다. "나이가 들어도 지지치 않고 소박하게 음악을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마음 속에 생명과 열정을 잃어버리면 음악을 계속할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나만의 열정, 생명력이 있으면 나아갈 수 있을 거야하는 응원가인 거죠. 다른 분들도 '태양은 가득히'를 듣고, 기운을 내셨으면 해요."
이상은은 '태양은 가득히'를 비롯해 타이틀곡과 경합한 '캔디캔디', 미혼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노랫말의 '들꽃' 등 앨범에 수록된 8곡을 모두 작사·작곡·편곡했다. 연주곡인 초여름 역시 작·편곡했다. 이상은이 편곡에까지 손 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해외 뮤지션들과 작업하기도 한 그녀가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홈레코딩을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사실은 스튜디오와 세션을 다 준비해놓았는데 데드라인 한달 전까지 편곡이 끝나지 않았어요. 그간 작사·작곡·노래만 해왔기 때문에 힘들더라고요."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 김남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분이 숨은 미다스의 손처럼 마스터링을 해주셨죠. 천재 끼가 있는 프로듀서예요. 제 생각에는 편곡이 다 끝났는데 편곡을 기가 막히게 다시 하더라고요."
자신의 편곡에 대해 "부끄럽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공부를 했지만, 앞으로 더 정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다른 분들에게 편곡을 맡겼을 때보다 제가 본래 표현하고자 했던 사운드에는 더 가깝게 된 것 같아요."
이상은 노래의 또 다른 특징은 청각을 시각화하는 공감각적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마치 가방을 둘러매고 훌쩍 길을 떠나는 모습이 떠오르는 '삶의 여행', 하늘을 떠나니는 듯한 '돌고래자리' 등이 그랬다.
"이번에는 청자들을 제 응접실로 초대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홈레코딩이었기 때문에 밤에 녹음을 하면, 2층에 들릴까 조심스럽게 부르기도 했죠. 조용조용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자장가 같이 편안해져요.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마음의 상처가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죠. 비싸고 하려한 스튜디오에서 부르는 것도 좋았지만, 제방에서 부르는 것도 좋았습니다."
1988년 '담다디'로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상은은 '언젠가는' '비밀의 화원' '삶은 여행' 등의 히트곡을 내며 26년 간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 입지를 탄탄히 했다. 특히 홍대앞에서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롤모델이 됐다.
"저도 15집을 낸 게 꿈 같아요. 홍대 쪽 음악이 커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죠. 정규 16집도 내면서 계속해서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에요."
자신의 3집 재킷 사진을 꾸미기도 했던 설치미술가 조숙진(54)처럼 꾸준히 활동하는 여성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꾸준히 작업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의문의 여지 없이 작업을 하는 담담함이 좋죠. 저도 화가 선생님처럼 (사운드) 재료를 알아가면서 작업하는 게 행복해요."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뮤지션이 한결 같이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면서 "더구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힘이 크지 않은 국내 대중음악시장에서 15집을 낸 이상은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