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남북 이산가족 1·2차 상봉 행사가 25일 모두 마무리됐지만 상봉규모 확대 등 남북 양측에 적지 않은 과제도 남겼다. 60여년 만에 만난 남북 이산가족들은 재회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그것도 잠시, 2박3일 1회 일정은 이들에게 또 한 번의 이산의 고통을 안겨줬다. 상봉행사 마지막 날에는 어김없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라도 알게 해 달라”는 눈물 섞인 부탁이 터져 나왔다.
서신 교환을 비롯해 상봉 정례화 및 대규모화, 간헐적인 만남 방식 개선, 유전자 검사를 통한 철저한 신원확인 등 각종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다. 1차 남측 상봉단 82명 중 90대는 25명, 80대는 41명으로 80세 이상 고령자가 80%가 넘었다. 2차 북측 상봉단도 88명 중 80대 이상이 82명으로 그 비율이 90%를 넘는다.
이로 인해 몇 명의 상봉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상봉장이 아닌 응급실에서 상봉 행사를 가졌고 행사 이튿날 조기 귀환했다. 또 치매로 정작 가족을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건강 악화로 만남을 포기하거나, 상봉 행사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숨져 끝내 혈육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현재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단 선정 방식인 추첨 방식을 '고령자 우선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기대여명이 적은 90세 이상 이산가족의 상봉부터 추진하고 그 다음에 80세 이상의 상봉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서신 교환, 전화통화, 화상 상봉 등 간접 상봉 기회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상봉 행사장에서는 녹음기를 직접 가져와 북측 가족의 육성을 녹음하는 남측 가족들도 있었다. 이산가족들은 하나같이 “편지라도 주고받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인민군으로 납북돼 헤어진 오빠를 만난 한 우리측 상봉자는“얼마 못 사실 것 같은데 죽은 소식이라도 알 수 있겠냐”며 “제발 부탁인데 편지 왕래라도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신 교환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것마저 안 되면 생사라도 확인해달라는 게 이산가족들의 소원이다.
통일부가 2011년 이산가족 1만6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북한에 있는 가족과의 교류 방법으로 ‘생사 확인’을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40.4%로 가장 많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이번 행사기간 동안 고령인 상봉자가 사망할 경우 장지를 어디로 정할지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이산가족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고령인 이산가족이 사망할 경우 이 소식을 남북의 가족에게 알려주거나 공동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루 세 번 가량 2시간여씩 간헐적으로 회동하는 방식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산가족들은 단체상봉, 공동중식, 개별상봉 등 약 2시간 동안 하루 세 번에 걸쳐 회동했다. 상봉자들이 고령이다 보니 그러한 일정이 건강상 무리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2박3일간의 일정동안 정말 가족을 만나 대화하는 시간은 11시간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우리측 관계자도 이에 대해 “고령 상봉자들이 2박3일 일정 탓에 매우 피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숙박상봉’ 등의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측 관계자는 상봉방식 개선 방안과 관련, “이산가족 면회소에 가면 숙박상봉을 할 수 있다. 자면서 같이 밥을 먹고 쭉 만날 수 있다”며“그러면 몸에 무리도 덜 올 것이다. 앞으로는 그곳에서 이산상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 아버지의 북측 자녀와 만나기로 했던 남측 상봉자가 이복남매가 아닌 전혀 남과 회동한 일도 있어, 행사 전 철저한 신원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제 살아서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애끓는 마음으로 작별하는 이산가족들의 하나같은 염원은 ‘상봉 행사의 정례화’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인륜, 천륜을 거스르지 말자"며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정례화와 대규모화를 이야기한다.
상봉행사 마지막날인 25일 우리측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해야 한다”며 “북측에게 빠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한 번 더 해야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좋으니 기대해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