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 “향후 남북관계는 동서독관계 같이 될 것 같다.” 남북2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측가족 리임순(81)씨를 만난 이연숙(79·여) 전 국회의원이 이산가족 상봉이틀째인 24일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개별상봉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상봉에서 간호사 일을 하다 북으로 끌려간 언니 리임순씨를 만났다. 언니는 전쟁 당시 시립간호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지만 인민군이 후퇴할 때 북으로 잡혀갔다. 당시 언니는 고등학교 2학년인 18살, 이 전 의원은 중학교 2학년인 15살이었다.
이 전 의원은 이산상봉 소감에 대해 “언니는 평양에서 내과 의사를 하다가 은퇴했고 형부는 지하철을 만드는 일을 하셨다고 한다. 언니의 아들은 건설 사업을 하고 있다. 60여년 헤어져도 잘 살고 있더라”며 “오늘 상봉에서 남들은 많이 울었지만 우리는 기뻐서 잘 울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1990년대 중반 베이징 국제여성대회 참가차 중국에 갔을 때 임순씨의 아들이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언니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무심코 얘기를 넘겼다가 지난해 상봉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확실히 언니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전 의원은 “이산상봉 행사에 와보니 향후 남북관계는 동서독관계 같이 될 것 같다”면서 “나이 많은 사람끼리 서로 방문할 수 있게 하고, 동서독 방식의 통일에 대해서 언니도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실제로 언니를 만났을 때 우리가 생각한 북한과 다르다고 생각했다”면서 “오픈해서 얘기하고 체제 선전도 안하더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경제적 능력으로 북한을 많이 도와야 한다.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 만들고 하는 것을 보니 북한도 많이 개방됐다”면서“북한이 국제화하면서 많이 달라졌고 한국 사람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서독 개방할 당시 한국의 수준이 그때(독일 통일 당시) 보다 훨씬 높아졌다”면서 “우리도 동서독처럼 교류했으면 좋겠다. 지금 북한도 당시 동독 보다 높다. 통일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가 국제정세를 보면서 더 자신있게 행동하면 좋겠다”면서“우리가 좀 더 못하는 나라를 돕고 지도자 역할을 한다면 그런 자신 있는 모습이 문화 대국을 만들어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상봉 이틀째인 이날은 2시간씩 3차례에 걸쳐 만나 모두 6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우리측 가족 357명과 북측 상봉대상자 88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금강산호텔에서 비공개 개별상봉을 갖는다. 이들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단체로 금강산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실내 단체상봉을 갖는다.
전날 다소 긴장된 상태에서 첫 만남을가진 이산가족들은 이날 상봉에서 못다한 어릴적 시절 얘기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 상봉대상자들은 25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면회소에서 1시간 동안 북측가족과 작별상봉을 한 뒤 오후 1시께 금강산호텔을 떠나 군사분계선을 너머 강원도 속초로 복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