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트로트는 쉬운 장르가 아니에요."
약관의 나이에 KBS 1TV '가요무대'에 출연, 선배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관객들의 박수를 이끄는 트로트 가수 양지원(20)은 단호하다. "트로트의 꺾기나 깊은 느낌은 표현하기 쉬운 게 아니에요."
데뷔 후 겪은 '수련'에 가까운 여정이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트로트 신동'으로 알려진 양지원은 악바리 노력파였다.
"학교에 자주 나갈 수 없어서 중학교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때 교장 선생님이 직접 집으로 찾아오셔서 부모님을 설득했죠. 자퇴를 결정하기까지 2~3개월이 걸렸어요. 부모님은 자주 싸우고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았죠."
'트로트의 황제' 나훈아(67)의 공연영상이 양지원을 트로트 외길로 이끌었다. 국내 굴지의 매니지먼트사 SM엔터테인먼트의 제의를 거절했다. "트로트를 부르고자 하는 욕망이 너무 컸다"는 설명이다. 이후 트로트 가수 장윤정(34)의 무대를 보고 결심을 굳혔다.
'신동'으로 전국을 돌며 공연하느라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던 양지원은 검정고시를 택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끝내는 데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 가지에 몰입하는 성격이에요. 완전히 물고 늘어지죠."
트로트를 물고 늘어지자 기회가 왔다. 트로트계의 SM엔터테인먼트 격 소속사인 인우프로덕션에 둥지를 틀었다. 목표를 던진 장윤정을 비롯해 박현빈(32)이 소속사 선배다.
인우 소속가수로 활동하다 2007년 일본 레코드사의 제안으로 시작한 일본활동도 순탄하지 않았다.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3년간 일본어를 공부했고 이후 스스로를 홍보하고자 전단을 들고 지하철역 등지를 돌았다. 사무실을 청소하는 등 잔심부름도 양지원의 몫이었다.
"일본의 레코드 가게들을 돌며 노래했어요. 민폐인 줄 알았는데 따뜻하게 맞아주시더라고요. 어린 애가 그렇게 하니 동정심 같은 게 있었겠죠. 다른 엔카 가수들보다 나이가 어리니까 접근하기 쉬운 면이 있었어요."
"때려치우고 싶었던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본에서 이렇게 해도 안 되는데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버텼다. 일본 지상파 방송에서 한국의 맛집을 소개하는 리포터 역할을 꿰차는 등 빛이 비쳤다.
하지만 잠시였다. 빛은 금세 사라졌다. 반한류 역풍에 예정됐던 스케줄이 취소되기 시작했다. 결국 일본에서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본 생활에 후회는 없어요. 2011년 트로트와 엔카가 가미된 '변덕쟁이 소녀'를 들고 500명 앞에 섰던 순간 심정이 멎을 것 같았거든요. 팬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했죠."
무대 경험이 다시 동력이 됐다. 귀국해서도 쉴 틈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앨범 발매까지 회사에서 할애한 시간은 6개월, 양지원은 국내 대중이 기억하는 '신동'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 '수련'에 나섰다. "트로트 신동이 컴백했는데 예전보다 멋있어졌다는 말을 들어야한다"라는 각오였다.
"일본에서 들어오자마자 목청을 틔우기 위해 지리산을 찾았어요. 폭포수 밑에서 노래 연습을 했죠. 3개월간 트로트의 꺾기 창법을 위해 경기민요를 배우면서 합숙을 했어요. 천천히 한국식 발성이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엔카는 속으로 삭이면서 불러 소리가 크지 않거든요."
양지원이 내세우는 '슈거 트로트' 장르는 판소리 공부에 이어 아이돌 보컬 트레이너를 찾아가 담금질한 결실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바람은 그가 출연 중인 무대의 면면을 봤을 때 일단 성공적이다. '가요무대'를 비롯해 KBS 2TV '뮤직뱅크'에서 슈거 트로트 '야야야'를 부른다. 그럼에도 양지원은 끊임없이 꿈꾼다. "트로트 가수를 무시하는 경향을 깨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편곡을 공부하고 있다. 실용음악과를 목표로 대학 진학도 생각 중이다.
목표를 향한 올곧은 길이다. "트로트에는 사랑 가사가 많은데 아직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은 없어요. 예전에 짝사랑을 하기는 했는데…. 아! 요즘은 여자 아이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