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기자] "김추자 데뷔앨범, 늦기 전에: 2006년 저작권 소송에 의해 작사자가 바뀐 '님은 먼 곳에'는 가수 결정에서 기막힌 사연을 남겼다. 처음 취입 제의를 받은 가수는 패티김이지만 녹음 날 리사이틀 무대에 출연하는 과오를 범했다. 첫 방송이 임박한 방송국으로선 긴박한 사태였다. 급한 김에 방송사는 대타 가수를 요청했고 신중현은 김추자를 추천했던 것. 14년 후인 1984년, 패티김은 뒤늦게 이 노래를 취입함으로써 당시의 아쉬움을 드러냈다."(36쪽)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53)씨는 LP를 '노래의 집'이라고 칭한다. 노래를 담는 가장 유효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수록곡의 배치, 음질, 재킷의 아트워크 등 노래가 지닌 가치 이상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최 평론가가 펴낸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은 유성기의 SP부터 2012년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2위에 오른 월드스타 싸이의 '강남스타일'까지 191장의 음반을 다룬다.
LP는 롱 플레이(Long Play)의 약자다. 한 면에 3분20여초를 수록할 수 있는 SP(Standard Play)의 단점을 극복했다. 처음에는 10인치(25.4㎝)로 만들어졌으나 노래를 더 수록할 수 있는 12인치(30.48㎝)로 발전했다.
최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12인치 LP로 알려진 'KBS 레코드 시리즈'와 어두운 시대 저항의 노래를 담아 일본에서 공개한 김민기의 '금관의 예수', 수의를 입은 김지하의 옥중앨범, 최초의 포크 앨범을 발표한 '아리랑 브라더스', 두 번이나 금지곡의 낙인이 찍혔던 '댄서의 순정',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수집의 대상이 된 신중현의 음반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LP를 짚는다.
주목할 만한 사연이 깃든 노래와 관련한 일화도 공개한다.
1980년대 인기를 누린 연극으로 안성기·박중훈 주연 영화로 옮겨져 주목 받은 '칠수와 만수' 주제가 '사노라면'은 전인권이 불러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 곡은 한동안 작사·작곡가가 불명이었다.
최씨는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했던 많은 노래들은 폭압과 검열에 의해 금지곡으로 낙인찍혔다"면서 "떳떳하게 누구의 노래라고 밝히기 어려웠다. 그러나 연원을 살펴보면 이 노래가 길옥윤의 곡임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1966년 길옥윤의 작곡집에서 당시 인기가수인 쟈니 리가 '내일은 해가 뜬다'는 제목으로 취입했다는 것이다.
또 대형가수 정미조가 히트시켜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개여울'의 오리지널 가수는 KBS 전속이었던 김정희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고 귀띔한다. '펄시스터즈'의 데뷔곡 '커피한잔'도 한국 최초의 창작 록앨범인 신중현의 밴드 '에드훠' 첫 앨범에서 이미 리드보컬 서정길이 '내 속을 태우는구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는 사실도 알린다.
김광석이 노래한 '저 하늘의 구름 따라'는 1990년대 이후 양희은의 음악감독이었던 김의철의 '불행아'가 원곡이며, '사랑과 평화'의 이남이가 히트시킨 '울고 싶어라'를 먼저 녹음한 여자가수는 김세화였다는 사실도 공개한다. 504쪽, 3만5000원, 안나푸르나
한편, 최 평론가는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출간을 기념해 책에 소개된 주요 80여 타이틀의 오리지널 앨범을 이달 말까지 서울 동교동 복합 카페 갤러리 1984에서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