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기자] 3월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작을 보면 ‘그래비티’, ‘아메리칸 허슬’, ‘노예 12년’의 3파전을 쉬이 예상할 수 있다. ‘그래비티’와 ‘아메리칸 허슬’은 각 10개 부문, ‘노예12년’은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알폰소 쿠아론(53) 감독의 ‘그래비티’는 우주미아가 된 우주인의 생환기를 실제 대기권에서 찍은 듯 생생하게 담아내 탄성을 자아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17일 개봉해 320만명에 근접하는 관객몰이를 했다. ‘아메리칸 허슬’은 오는 20일, ‘노예12년’은 27일 한국 관객을 찾는다. 아무래도 미국 시대극으로 현지인들에게 공감을 누릴 여지가 큰 작품들이라 ‘그래비티’만큼의 흥행성적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아카데미 특수를 어느 정도 탈 것인지도 관심사다.
‘그래비티’까지 세 작품은 아카데미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시상식 외 여러 시상식에서 골고루 상을 나눠가졌다. 최종 승자가 어느 영화가 될 것인가를 두고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1주 차를 두고 국내 개봉하는 ‘아메리칸 허슬’과 ‘노예12년’을 중심으로 아카데미 수상을 점친다.
◇최우수작품상 ‘아메리칸 허슬’ 대 ‘노예 12년’
‘아메리칸 허슬’은 골든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탔고, ‘노예 12년’은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에서뿐 아니라 영국아카데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따냈다. 영국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촬영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등을 챙기며 영국아카데미에서 6관왕에 오른 ‘그래비티’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아메리칸 허슬’은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극 전개 상황, 에피소드들에 카메라 포커스를 맞춘 연극적 작품이다. 쉴 새 없이 나오는 대사와 내레이션이 압권이다. 주가조작으로 억만장자가 되는 조던 벨포드의 실화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주연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영화화한 ‘더 울프 오브 스트리트’와 비견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20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최우수 연기앙상블상(베스트 캐스팅상)을 가져간 것에서 알 수 있듯 출연 배우들이 하나같이 명연기를 보여주며 숨막힐 듯한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특장점이다. 또 직접적으로 웃기기보다는 감성적인 반어적 내레이션과 세밀한 인물묘사, 설정들로 은근한 유머를 풍긴다.
1970년대 작전명 ‘앱스캠’으로 벌인 FBI의 공직자 함정수사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에 들어갈 때 자막으로 알려주듯 부분적으로만 실화에 근거했다. 영화는 FBI요원 리치(브래들리 쿠퍼)가 사기꾼 커플 어빙(크리스천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애덤스)를 옭아매 이들과 함께 뉴저지 카마인 시장(제러미 레너)을 표적으로 삼는다. 여기에 정치인, 마피아까지 연루되고 어빙의 본처인 로절린(제니퍼 로런스)까지 끼어들며 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얽히고설킨 애정관계가 낳은 신경전,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복잡한 인물구도가 한 시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도록 한다. 속시원하도록 깔끔하면서도 어쩐지 통쾌한 결말도 야무지다.
‘노예 12년’은 1800년대 뉴욕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활동하며 자유인으로 산 흑인 솔로몬 노섭(1808~1863?)이 인신매매를 당해 남부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12년 만에 극적으로 자유를 찾게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비극적이면서 고전적 서사극이다. 제목에 이미 노섭이 풀려난다는 암시가 있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떨어진다. 하지만 당대 미국에 존재한 노예제의 잔혹한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노예주와 감독관, 노예들 사이에 빚어지는 감정교류와 심리, 다양한 인간관계들을 파고들면서 흥미로운 드라마를 빚어낸다. 이것 자체가 흑인노예를 짐승처럼 다루고 싶어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근거일 터이다.
◇각본상 ‘아메리칸 허슬’ 에릭 워런 싱어·데이비드 O 러셀 대 각색상 ‘노예 12년’ 존 리들리
‘아메리칸 허슬’은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각본상 후보, ‘노예 12년’은 솔로몬 노섭이 1853년 자유를 되찾은 해 에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각본상의 경쟁작은 우디 앨런의 ‘블루 재스민’, ‘댈러스 바이어스 클럽’, ‘허’, ‘네브라스카’ 등이다. 각색상의 경쟁작은 ‘비포 미드나잇’, ‘캡틴 필립스’, ‘필로미나의 기적’,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이다. ‘아메리칸 허슬’은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품에 안으며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노예12년’은 1984년 ‘어메리칸 플레이하우스’라는 TV시리즈물의 한 편이다. ‘솔로몬 노섭의 오디세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1861년 발발한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알려진 1852년 작 해리엇 비터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가려졌으나 1960년대 들어 다시 주목받게 된다. 국내에서는 영화 개봉에 맞춰 4종의 번역본이 출간됐으니 참조해볼 만하다.
◇감독상 ‘아메리칸 허슬’ 데이비드 O 러셀 대 ‘노예12년’ 스티브 매퀸
감독 중에서 유독 출연 배우의 연기를 잘 이끌어내는 이가 있는데, 데이비드 O 러셀(56)도 이런 감독 중 한 명이다. 제니퍼 로런스(24)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으로 만 22세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도록 해준 이도 그다. ‘아메리칸 허슬’에 제니퍼 로런스를 비롯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공연한 브래들리 쿠퍼(39), 러셀 감독의 전작 중 하나인 ‘파이터’(2012)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크리스천 베일(40), 이 작품에 함께 출연한 에이미 애덤스(39) 등 쟁쟁한 배우들이 다 모여든 것도 우연은 아니다.
러셀 감독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30년 만에 출연배우 4명을 연기 부문 후보에 올린 것에 이어 ‘아메리칸 허슬’의 주·조연 4명을 또 다시 남녀주조연상 후보에 넣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또한 ‘파이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로 세 작품 연속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노예12년’을 연출한 스티브 매퀸(45)는 흑인 감독이나 런던 태생의 영국인이다. 아프리카에서 납치된 흑인노예가 부려지던 곳은 비단 미국뿐 아닌데 그의 부모는 서인도제도, 즉 남북 아메라카 사이 호상열도 출신으로 원주민 인디언과 흑인노예 혈통을 지녔다. 매퀸 감독은 “이 영화를 노예제에 관한 영화로 만들거나 아니거나 나는 정신적, 육체적 고문이 있었다는 것을 알릴 책임이 있다”며 “내 조상 중에는 노예로 끌려온 이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오늘 내가 여기 있는 이유라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미 영국을 대표하는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매퀸 감독은 2008년 첫 장편영화 ‘헝거’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토론토영화제 디스커버리상 등을 휩쓸며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다. 두 번째 작품 ‘셰임’(2011)의 주연 마이클 패스벤더(37)에게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패스벤더는 그의 세 장편 모두에 출연했다.
예술가적 통찰력으로 흑인노예에 대한 학대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풍경, 전작들에서처럼 각 인물의 세심한 심리를 포착해내며 단조로울 수 있는 스토리를 품격 있는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골든글로브와 영국아카데미상의 감독상은 모두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돌아가, 아카데미 감독상의 향방이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남우주연상 ‘아메리칸 허슬’ 크리스천 베일 대 ‘노예 12년’ 치웨텔 에지오프
크리스천 베일(40)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1987)에 4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돼 만 1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배트맨’ 시리즈의 대중적 스타로는 물론, 시들지 않은 연기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톱스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메소드 연기파다.
‘파이터’에서 마약에 찌든 퇴물 복서 역을 위해 15㎏을 감량하고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주며 오스카를 거머쥐었던 그는 ‘머니시스트’(2004)에서는 불면증과 신경증에 시달리는 기계공 역을 위해 55㎏까지 살을 빼 참혹할 정도로 마른 몸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외의 영화에서는 주로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를 과시한 그는 ‘아메리칸 허슬’을 위해 무려 20㎏을 불려 튀어나온 배를 내밀고 대머리로 분장해 다시한번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줬다. 희대의 사기꾼 어빙 로젠필드 역을 맡아 주책맞으면서도 근거없는 자신감에 쪄는 캐릭터로 변모했다.
치웨텔 에지오프(37)는 매퀸 감독처럼 런던에서 태어난 흑인으로, 부모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의사와 약사다. ‘노예 12년’으로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극배우로도 활동해온 그는 2008년 연극 ‘오셀로’의 타이틀롤로 로런스올리비에상 최우수 배우로 뽑히며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러브 액추얼리’(2003)에 키이라 나이틀리의 남편 역으로 출연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으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미스타드’(1997) 이후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노예 12년’에서는 지적인 눈빛으로 자유인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솔로몬 노섭의 주체성과 의지, 희망과 절망을 폭넓은 연기력으로 펼쳐보였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채찍질과 모진 노동으로 망가져가는 육체와 고뇌로 무너져 내린 표정을 절절하게 표현하며 감동을 안긴다. 42도까지 올라간 폭염에서 목에 올가미가 걸린 채 나무에 매달려 한나절을 보내는 장면은 곧 그의 투혼을 웅변한다.
◇여우주연상 ‘아메리칸 허슬’ 에이미 애덤스
에이미 애덤스는 ‘아메리칸 허슬’로 이미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노예12년’에는 달리 여우주연이라고 할 만한 배우가 없다. 그러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과 영국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 외에도 ‘그래비티’의 샌드라 불럭, ‘필로미나의 기적’의 주디 덴치, ‘어거스트: 오세이지 카운티’의 메릴 스트립 등 백전노장들이 포진하고 있어 쉬운 게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에이미 애덤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에 매력적인 사기꾼 리어나도 디카프리오의 간호사 약혼녀 역으로 출연해 확실한 화면 장악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후 나이가 무색하게 작품성 높은 영화들에서 암약해왔다. ‘아메리칸 허슬’에서는 크지 않는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로 팜파탈로서의 매력을 한껏 펼쳐보인다. 가슴을 다 드러낸 야한 의상으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과감함도 보여준다.
◇남우조연상 ‘아메리칸 허슬’ 브래들리 쿠퍼 대 ‘노예 12년’ 마이클 패스벤더
얼굴 잘생긴 섹시스타로 먼저 인식됐던 브래들리 쿠퍼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다. ‘아메리칸 허슬’에서는 프로듀서까지 맡아 열정적으로 영화작업에 참여했다. 극중 리치 디마소의 빠글빠글한 파마머리도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FBI요원으로 성공하길 바라는 얼빠진 욕망, 집안에서는 어머니에게 쥐여사는 마마보이, 직접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마는 퍼포먼스로 충분히 웃음을 안겨준다.
외모와 연기력 모두 인정받은 독일·아일랜드 혼혈배우 마이클 패스벤더는 ‘노예 12년’을 통해 악역으로 완벽한 변신을 시도했다. 노예를 잔인하게 다루는 노예주 에드윈 엡스 역으로 흑인 노예 패시(루피타 리용고)에게 집착하며 성학대한다. 엡스가 한밤중 팻시를 찾아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잠시 의식을 잃을 정도로 몰입했다고 한다. 밤에는 일에 취해 잠든 노예들을 억지로 깨워 춤파티를 벌일 정도로 진폭이 큰 광기어린 폭군의 모습을 인상깊게 연기해냈다.
‘노예 12년’에는 영국드라마 ‘셜록’ 시리즈로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38)가 솔로몬 노섭의 첫 주인인 포드 역을 맡았다. 마이클 패스벤더보다 존재감 면에서는 미미해 비록 영화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사실 그의 역할은 연기 톤을 잡기가 더 어려울 수 있는 역이다.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선한 인품의 농장주이지만 노예제도에는 그대로 순응하는 복잡한 인물을 연기해냈다.
◇여우조연상 ‘아메리칸 허슬’ 제니퍼 로런스 대 ‘노예12년’ 루피타 니용고
지난해 ‘실버라이닝플레이북’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제니퍼 로런스가 가장 강력한 후보로 여겨졌으나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노예 12년’에서 노예주 엡스의 가학적 사랑과 그의 아내 메리(새러 폴슨)의 질투에 시달리며 죽기만을 바라는 목화농장 노예 팻시 역의 루피타 니용고(31)다.
로런스가 골든글로브와 영국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모두 휩쓸며 아카데미까지 석권하리라는 기대감을 높였으나, 루피타 니용고가 미국배우조합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며 무시할 수 없는 적수로 떠올랐다.
케냐인 부모 사이에서 멕시코에서 태어난 니용고는 출생 얼마 후 케냐로 돌아가 자랐다. 아버지는 케냐정부 의료서비스부 장관을 지내고 나이로비대학 교수를 역임한 명문가 출신이다. 14새에 연극배우로 데뷔한 니용고는 미국 대학으로 유학와 영화와 연극을 공부했고, 직접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케냐 TV에 출연도 했다. 다시 예일 드라마스쿨에 유학와 석사를 따기 직전 ‘노예12년’에 캐스팅되면서 미국 영화에 첫 출연하게 된다. 굉장히 어려보이는 외모지만 서른이 넘은 그녀는 경륜에서 배어나오는 캐릭터 분석과 감정연기로 스크린을 사로잡았다.
로런스는 조울증에 애정결핍,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트러블메이커 어빙의 아내 로절린 역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멋대로 캐릭터를 무지막지하게 연기해낸다. 남편을 두고 연적 사이인 에이미 애덤스 못지않게 가슴과 등이 훤히 파인 드레스를 입고 신체노출 경쟁을 벌인다. 학창시절 지나치게 감정기복이 심해 분노조절장애를 겪었다는 그녀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편집상, 의상상, 미술상(프로덕션 디자인상)
‘아메리칸 허슬’과 ‘노예 12년’은 여우주연상 부문만 빼고 아카데미에서 동일한 9개 부문에서 경쟁한다. 앞에 서술한 것들과 편집상, 의상상, 통칭 미술상으로 불리는 프로덕션 디자인상 후보에 올라 나란히 경쟁한다.
의상상은 시대극에 으레 따라붙는 상으로 영국 아카데미상에서는 ‘위대한 개츠비’의 캐서린 마틴이 수상했다. 미술상 역시 ‘위대한 개츠비’의 캐서린 마틴과 베벌리 둔이 탔다.
두 작품 모두 아카데미 음악상에는 노미네이트되지 못했으나 ‘노예 12년’은 골든글로브와 영국아카데미상 양쪽에 음악상 후보로 올랐다. 수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노예 12년’의 음악은 주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고된 노동을 잊기 위해 일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불리어지던 노동가를 곳곳에 살려낸 점이 뛰어나다. 아프리카 고유의 리듬감이 가미된 한 맺힌 가사는 가슴을 찡하게 한다. 엔딩크레디트 마지막은 영가로 장식한다. 미국 흑인들 특유의 무반주 성가로 박수를 치며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견디게 하는 종교적 믿음이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