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원회가 정식 당명을 ‘새정치연합’으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6.4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야권연대를 거부하며 국민들로부터 독자적 세력으로서 ‘새정치’ 평가를 받겠다는 새정치연합이 지방선거에서 신선한 돌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여야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여전히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머지않아 거품이 가라앉고 말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최소한의 성적만 거두더라도 정치권에 유의미한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측은 이미 광역단체장 2석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새정치’ 실현을 위한 목표가 지방선거보다 총선과 대선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방선거는 양당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자원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르는 탓에, 최소한의 가능성만이라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태풍으로 성장하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
안철수 의원 측은 16일 창당을 앞두고 있는 신당의 공식 명칭을 ‘새정치연합’으로 선정했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것으로 안 의원 측은 “국민들의 기대가 높고, 많이 알려진 ‘새정치’의 의미를 명확히 담고,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포괄할 수 있는 명칭으로 ‘연합’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당명 공모 총 응모건수는 5,021건이었고, 총 응모자수는 2,674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창당 발기취지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새정치연합은 “중산층이 대거 무너지고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육아-교육-주거-일자리-노후문제 등에서 기본적 요구마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장 절실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기득권 구조에 빠진 채 흑백논리와 극한투쟁으로 일관해 오고 있는 우리의 정치적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체와 퇴영의 늪에 빠진 우리 정치에 돌파구를 열어갈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이 뜨겁게 분출되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이러한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에 부응하여 총체적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을 통합하고 더불어 잘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대안 정당으로서 ‘새정치연합’의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개인이나 파당이 아니라 국민전체의 이익 그리고 오늘뿐 아니라 내일의 번영을 추구하는 정치,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기회를 넓혀 드리는 삶의 정치, 미사여구의 남발이 아니라 성실하게 약속을 지키는 정치, 그 동안 대변되지 못한 상식과 합리의 국민적 목소리를 담는 정치, 그리고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가 아닌 국민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단합된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고 나아가 새로이 구축되는 동북아 국제질서 속에서 국가와 민족의 이익과 활동공간을 지키고 확대하는 등 민족사적 과제를 수행해 나아가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민주적 시장경제를 추구한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추구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 그리고 통일된 민족의 역량이 힘차게 뻗어 나가는 동북아 시대를 준비하겠다’ 등의 지향 가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 세상에 기적은 없다”며 “우리 국민은 벼랑 끝에 선 나라를 살려낸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3.1운동이 그랬고, 4.19혁명이 그랬고, 5.18 민주화운동과 6.10 항쟁이 그랬다. 우리 국민이 이제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반드시 실현해 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의 힘”이라며 “‘새정치연합’은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모든 국민의 통합정당으로서 건강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개방적이고 깨끗한 민주정당이 될 것”이라고 국민적 지지를 호소했다.
◆여야 축하 인사 건네면서도 견제심리
새정치연합의 이같은 당명 확정과 발기취지 발표에 대해 여야 양당은 축하 인사를 보내면서도 견제심리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함진규 대변인은 이날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신당 이름 확정에 새누리당은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면서도 “당명도 결정한 만큼 이제부터는 그간 모호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새정치의 안개와 뜬구름을 걷어내고, 분명한 정강정책과 인물을 통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나가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함 대변인은 또 “신당 이름에 담긴 ‘연합’이라는 글자가 앞으로 신당이 진정 우리 사회를 하나로 통합시키겠다는 의미의 ‘연합’이기를 바란다”며 “혹여나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인 ‘연합’으로 변질되어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견제 시선을 보냈다.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제 정식 이름을 갖게 된 것을 축하한다”며 “새정치연합이란 이름에 걸맞게 새정치를 실현하고 힘을 더하는 정치로 국민께 희망을 주기 바란다”고 짧게 덕담을 건넸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도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의 새정치가 시민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을 거쳐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정치연합? 새정치 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의 합성어?”라며 “큰 발전을 기원한다”고 삐딱한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한 트위터리안이 “의원님 정도 거물급 중견 정치인이면 좀 급에 맞게 처신하라. 신생 정당이 출범하는데 대고 고작 비아냥이냐. 그리도 자신이 없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다시 “제가 지적한 의도는 새정치국민회의 노선일까? 자유민주연합 이념일까? 그러나 출발은 달리하지만 목표가 같기에 발전을 기원했다”며 “오해면 이해 바라며 제 표현이 잘못되었다면 정정한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국민TV>와 지난 11일 광주/전남북 만 19세 이상 유선전화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도지사 선거가 새누리당-민주당-새정치신당 3자대결로 치러질 경우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45.9%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새정치신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30.9%,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8.3%였고, 무응답이 14.9%였다. 이 조사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2.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