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세계 최고의 선수답게 빙질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결전지인 소치에 입성한 후 말을 아끼던 이상화는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을 소화한 후 오랜만에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5일 네달란드 헤렌벤으로 떠나 전지훈련을 소화하던 이상화는 지난 2일 소치에 입성, 현지 적응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화는 "헤렌벤에서 훈련하다가 소치로 왔는데 헤렌벤보다 빙질이 좋다. 소치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추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운동해왔다"고 전했다.
소치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선수들은 아들레르 아레나의 빙질이 지난해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를 했을 때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남녀 500m에서 동반 우승을 일궈낸 이상화와 모태범(25·대한항공)은 당시 대회를 마친 직후 아들레르 아레나의 빙질이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경기장이었던 밴쿠버 올림픽 오벌과 비슷하다며 반긴 바 있다.
하지만 대회에 가까워질 수록 빙질이 좋아지고 있어 선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있다.
이상화는 "처음에 굉장히 좋지 않았는데 가면서 좋아졌다. 지금은 괜찮다. 처음에만 빙질이 좋지 않았을 뿐 지금은 지난해 세계종별선수권대회 때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미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떠오른 이상화는 빙질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태릉에서 워낙 단련이 돼서 괜찮다. 몸 상태만 좋으면 괜찮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상화는 2013~2014시즌 들어 세 차례나 세계기록을 경신, 이미 여자 500m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런 그에게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꼽히던 중국 단거리 간판 위징(29)이 부상으로 소치 무대를 밟지 못하기 때문.
이상화는 "위징이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경계하고 있었다. 부상으로 나오지 못해 조금 마음이 놓인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방심해서는 안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는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메달이 없어 간절함이 있었다"고 말한 이상화는 "한 번 금메달을 따고 나서인지 밴쿠버 때보다 덜 떨린다. 떨리는 것이 사실이고 모든 선수가 그렇겠지만 밴쿠버 때보다는 덜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 아니라 월드컵 대회나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주변의 기대가 부담이 될만도 하지만 이상화는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레이스에 들어가면 안정을 찾을 수 있으니 신경쓰지 않는다"며 "세계신기록을 세워 기대가 큰 것 같은데 흔들리지 않고 내 자신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변의 기대 뿐 아니라 다른나라 선수들의 경계심도 이상화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보여진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른나라 선수들은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상화에게 농담을 건네며 지나갔다.
이상화는 "다른 선수들이 경계하지 않아 좋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후에는 긴가민가 했었던 것 같은데 월드컵 대회에서 계속 우승을 차지하다보니 인정하고 존경해준다"고 설명했다.
존경한다고 말한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상화는 미소 섞인 얼굴로 "예니 볼프"라고 답했다. 예니 볼프(35·독일)는 밴쿠버올림픽 전까지 여자 단거리 최강자로 군림하던 선수다. 이상화는 그를 좀처럼 넘지 못하다가 밴쿠버에서 볼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이틀 연속 세계신기록을 세운 후 볼프가 존경한다고 하더라. 나에게 지는 것을 싫어했던 선수라 나도 놀랐다"며 "'이제 인정을 해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뛰어넘어서 좋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나도 볼프를 존경한다. 그 나이에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존경스러운 일"이라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 현실에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결전을 불과 며칠 앞둔 이상화는 "서두르면 실수를 할 수 있다. 하던대로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후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한편 이상화는 11일 여자 500m에 출전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