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기자] 길환영 KBS 사장이 "광고를 축소하고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며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까지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회적 약자·소수자 배려 프로그램과 서비스 확대, 유아·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 강화, 재난재해방송 시스템 강화, 무료 다채널 방송 등 '시청자께 드리는 10대 약속'도 발표했다.
그런데 잦은 방송사고가 이 같은 KBS의 큰 그림을 망치고 있다. 3일 KBS 1TV '9시 뉴스'에서는 '이석기 징역 20년 구형, 17일 선고'라는 자막과 달리 자동이체 서비스 관련 뉴스가 오디오로 흘러나왔다. 최영철 앵커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어우 깜짝이야"라고 말해버렸다.
이후 10시간 만인 4일 오전 7시 KBS는 또 실수했다. 2TV '굿모닝 대한민국' 2부 오프닝에서 리포터는 올해 최저임금 5210원을 5120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앵커는 사과했지만,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정정 없이 넘어갔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방송에서 잘못된 말을 해 불신하게 된다"고 시청자가 지적했고, 해당 방송분은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부터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스페셜에서는 제작진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종 편집본 앞에 붙는 프로그램 담당자들의 이름·연락처가 전파를 탔다. KBS는 기기 작동오류를 원인으로 짚었다. 같은 달 12일 KBS 2TV '개그콘서트'는 '누려' 코너를 방송하면서 화면 좌측 상단에 '두근두근'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물론,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도 사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지난달 21일 오후 7시께 MBC TV 월화드라마 '기황후' 예고편이 방송되는 도중 화면이 1분간 정지됐다. "메인시스템과 서브시스템이 다운됐다"는 해명이다. 지난해에는 '기분 좋은 날'에서 노무현 대통령 비하 사진을 써 프로그램 책임자가 교체되기도 했다. SBS TV 역시 지난해 '8시 뉴스'에서 '일베' 사진을 내보냈다가 시청자의 뭇매를 맞았다.
굳이 재자면, KBS의 방송사고는 타 방송사의 실수에 비해 가벼울 수도 있다. 문제는 한 달 사이에 네 번이나 저질러졌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공영방송이.
KBS의 수신료 인상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가뜩이나 곱지 않다. 여기에 KBS 임직원 중 57%가 억대 연봉자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벼른다. 길 사장은 '인상' 대신 '현실화'라고 표현한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수신료가 턱없이 낮으니 실수를 연발할 수밖에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