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기자] 교복만 입어도 예쁜 나이 10대, 얼굴이 만개하는 20대, 성숙미가 느껴지는 30대, 그렇다면 40대는?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은 그 나이의 무기를 '관능'으로 정의했다.
영화는 불혹에 각기 다른 사랑을 하는 3명의 여성을 등장시킨다. 20대 연하남의 적극적인 대시에 마음이 흔들리는 여자 '신혜'(엄정화), 1주에 세 번 남편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솔직한 여자 '미연'(문소리), 딸 몰래 풋풋한 연애를 시작하는 싱글맘 '해영'(조민수)이다.
40대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 신혜는 "나는 이모 같은 사람이야"라며 연하남을 밀어내면서도 친구들에게는 "쟤가 내 애는 아니지 않니?"라며 속내를 드러낸다. 해영은 딸에게 "내 혀도 간 보는 것 말고 다른 것 좀 맛보고 살면 안 되니?"라고 소리 지르며 독립을 권하기도 한다. 비아그라에 의존하는 남편에게 온갖 식이요법과 민간요법을 들이대는 미연도 있다. 이들 모두 '사랑이 고픈' 40대다.
영화는 사랑의 본질이 나이와 상관없음을 보여준다. 40대 여성들도 순수하고 솔직하게, 때로는 뜨겁게 사랑한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렇지 못하다. 뜨겁게 사랑하다가도 하루아침에 거리를 두거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 앞에 무기력해지며 이별을 고하는 등 세 명의 여자는 시시때때로 현실과 대면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이 더욱 진중하고 깊이 있게 느껴진다.
"오르가슴보다 암이 더 어울리는 나이" "우린 누가 관심 가져줄 나이 아니거든?" "우리 나이에 누가 따라오면 퍽치기라니까" 등의 대사에 한참 웃다가도 씁쓸해지는 건 그들의 녹록지 않은 삶의 경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 '싱글즈'를 연출한 권칠인 감독의 캐스팅은 능력은 탁월했다. 40대이지만 아직 미혼의 삶을 사는 엄정화를 비롯해 장준환 감독의 부인인 문소리, 싱글 조민수가 극중 캐릭터와 잘 부합된다. 연기 또한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세 배우가 아니었으면 권 감독의 연출 의도가 이렇게 잘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조민수의 연기는 압권이다. 대장암이라는 말에 충격에 빠지지만, 막상 딸에게는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는 이 시대의 엄마를 표현해 눈물짓게 한다. 암 수술 후 재회한 남자친구 '성재'(이경영)와의 잠자리에서 터진 배변 주머니에 마음 아파하며 욕실에서 눈물을 흘릴 때도 찌릿한 감동이 느껴진다.
노골적인 대사와 관능미 넘치는 여배우의 모습도 볼거리다. 하지만 B급 섹시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솔직한 불혹 여성의 심리를 건드리지만 야하지는 않다. 어린 나이가 공감하기까지 한계가 있어 '청소년 관람불가'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 40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면 가슴 구석이 시큰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108분.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