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민주당이 3일 발표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위한 혁신안’을 놓고 당내 비판이 나타나는 등 기존안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이날 의원총회에서 채택하려던 혁신안에 대한 지지 결의문이 무산됐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등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혁신안을 마련해 본격 추진키로 하는 등 '국회의원 특권방지법'(가칭 의원 특권 내려놓기법) 제정과 독립적인 ‘국회의원 윤리감독위원회 설치’를 공식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김영란법 제정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의원 윤리감독위원회 신설 및 독립적 조사권 부여 ▲출판기념회의 회계투명성 강화 ▲의원들이 받는 선물과 향응에 대한 규제 강화 ▲축·부의금 등 경조금품 관련 규제 강화 ▲국회 윤리위원회의 객관적 운영 도모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수준 강화 등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시선이 아니라 국민의 시선으로 의원을 본 내용을 결과로 담았다. 특권이 아니라 당연한 우리의 권리인 것들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국민의 요구를 일단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혁신안에 대해 새로울 것 없는 ‘종합선물세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정치권이 혁신을 외칠때마다 나왔던 안들을 모두 모아놨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국회에서 입법화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야 의원 각각의 입장차가 커 입법화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의원들 스스로가 동참하지 않으면 결국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또 국회의원 징계 강화 부분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거나 기존의 안에서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한 ‘세비 30%’ 삭감안이나 초안단계에서 검토됐던 불체포·면책특권 폐지 등은 빠져있다. 경·조사금품도 금지 대신 ‘규제’로 한단계 후퇴됐다.
민주당 정치혁신실행위원장인 이종걸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불체포특권 배제에 관해선 “불체포특권이나 면책특권 부분은 헌법 개정 사항이라 절차적 제한이 있고 다른 내용과 차별성이 있다”며 “이것은 아마도 당대표 연설 때 헌법 개정과 검찰개혁을 조건으로 하는 특검 등을 통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세비 심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해선 “세비 30% 삭감 공약을 이행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그 대안으로 외부인사로 구성된 세비심사위원회가 세비를 심사해 결정하는 내용을 이번 안에 포함시켰다. 30%나 50% 삭감 등 다소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을 합리화시키는 방향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혁신안에 대한 지지 결의문을 채택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일부 의원들이 사전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집중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여러 가지 보충할 점과 기왕에 뼈를 깎는 혁신안을 낸다면 국민들께서 감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보완책을 가지고 해야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박수현 원내대변인 전했다.
범주류를 중심으로 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세비 문제를 얘기할 때가 됐다. 불체포 특권도 포기할 때가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선 “여당이 안지키면 민주당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기득권 포기에 답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의원도 트위터에서 “감동없는 드라마다. 국민은 자학적 제살깎기 를 원하는 게 아니라 야당다운 야당이 되라는 것”이라며 “번지수 찾기가 이렇게도 어렵나”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당내 반발에 부딪힌 지도부는 일단 결의문 채택을 포기하고 오는 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더 발전적인 안들을 모아보고 입법화 전략 등을 논의키로 했다.
여권은 민주당의 혁신안을 놓고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생색내기식, 표몰이식 대응방안이 아니길 바란다고 환영 속 평가절하했다.
새누리당 함진규 대변인은 “이번 2월 임시국회서 오늘 제안한 내용이 구체적 논의를 통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법안으로 도출되길 기대한다”면서도“이번 제안이 지방선거를 위한 말뿐인 제안이 아니길 기대한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