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한국 최고의 클로저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이 열도 정벌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오승환은 고시엔의 '수호신'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달 23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오사카로 향했다. 일본프로야구에 도전하는 오승환은 "설레고,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더 든다"고 했다. 이후 자율훈련을 하던 오승환은 지난 1일 오키나와 기노자구장에서 모든 선수단과 만나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일본에서 오승환의 새로운 야구인생이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비교 불가의 선수였지만, 일본에서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보여준 구위라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오치아이 에이지 전 삼성 라이온즈 코치는 "오승환의 구위라면 일본에서 40~50세이브는 가능하다"라는 극찬을 했고,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도 오승환의 기량이라면 30세이브 이상 기록하는 것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오승환의 가장 큰 무기는 알고도 치지 못한다는 강력한 포심패스트볼이다. 안정된 하체에서 시작된 스윙은 간결한데다가 묵직하다. 게다가 강한 손목 힘과 악력으로 인한 회전수가 초당 최대 57회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직구 구속 또한 150㎞를 넘나든다.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른 공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이는 타자의 몸이 기억하는 궤적에서 벗어나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하게 된다.
2012년까지 한신의 마무리를 맡았던 후지카와 규지(34·시카고 컵스)의 포심패스트볼이 초당 회전수가 45회 정도였고, 전성기의 마쓰자카 다이스케(34)도 40회를 넘는 수준이었다고 하니 오승환표 직구의 무브먼트가 얼마나 대단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은 그냥 캐치볼을 하는 것만 봐도 공의 움직임이 다른 투수들과는 다르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신의 좌완투수 이와타 미노루도 오승환과 캐치볼을 한 후 그의 강한 공에 놀랐다고 했다.
출중한 실력에다가 9번째 이닝을 지워버리려는 듯한 투지,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포도 겸비했다. 마무리 투수가 가져야할 덕목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한신이 오승환을 영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오승환은 오버 페이스가 아닐까란 의심이 될 정도로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미 괌에서 자율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외국인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사전 캠프에 합류해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비시즌인데도 완벽하게 컨디션을 조율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오승환의 군살 없는 몸도 일본에서는 화제였다.
또 오승환은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신의 사전 캠프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을 '형'이라 불러달라고 하면서 팀에 융화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 야구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팀 동료들과 함께 대중 목욕탕을 이용하겠다면서 자신만의 소통법을 밝혔다.
오승환은 직구와 슬라이더 조합에 종으로 변하는 구종을 갖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투수 인스트럭터인 가도쿠라 겐은 오승환이 포크볼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오승환은 캠프에서 90㎞대 슬로 커브를 던져 주위를 당황스럽게 했다. 또 훈련 중에도 각 팀의 간판타자들의 타격 모습을 보며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일본으로 떠나는 출국장에서 "일본에서 가장 블론세이브가 적은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던 오승환은 본격적인 스프링캠프에 돌입하기 전 "이제 실감이 난다. 드디어 캠프가 시작된다"며 "앞으로 더 연습하고 코치와 상의를 할 것"이라며 "캠프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신이 거는 기대는 크다. 지난해 마무리투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신은 오승환을 영입해 뒷문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한신 입장에서는 오승환이 외국인선수라 어느 정도 불안감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승환이 시즌 전부터 철저한 프로페셔널 정신을 보여주는 모습에 더욱 반한 모습이다.
이제 오승환이 보여줘야 할 것은 실력으로 일본 타자들을 압도하는 것이다. 라이벌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타 팀들의 전력분석팀은 이제 오승환의 단점을 파고들 것이다. 한국 최고 투수라는 명성만으로 일본에서 버티지 못한 선수는 많았다. 한국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오승환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다. 오승환의 눈은 팀 우승과 구원왕이라는 목표에 정조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