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홍명보호가 멕시코에 완패를 당하며 새해 액땜을 톡톡히 했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돔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0-4로 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한국은 멕시코의 베테랑 공격수 오리베 페랄타(30·산토스 라구나)에게 1골·A매치 데뷔전을 가진 알란 풀리도(23·티그레스)에게 3골을 내주며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경기 결과도 아쉽지만 내용은 더 뼈아팠다. 그동안 홍 감독이 가장 공을 들여온 수비진은 이날 멕시코의 섬세한 공격 앞에서 이렇다 할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문전에서 번번이 골잡이들을 놓쳤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무의미한 움직임으로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했다.
전반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전반 36분 선제골을 내준 뒤 급격히 흔들렸다. 후반에는 집중력·전술 소화 능력 등이 모두 바닥을 찍었다. 특히 급격한 체력 저하가 확연히 드러났다.
경기를 마친 홍 감독은 "(강행군으로 인해)선수들이 피곤한 것은 잘 알고 있다.하지만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지난 13일 한국을 떠난 뒤 약 보름 사이에 브라질 이구아수-미국 로스앤젤레스-샌안토니오 등을 차례로 밟았다. 그 사이 두 차례의 평가전을 치렀다.
잦은 이동과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현재 선수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대표팀은 다음달 2일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헙 센터에서 미국과 이번 전지훈련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이로 인해 멕시코전을 마친지 약 15시간 만에 또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만난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확실히 몸이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장거리 비행과 수시로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현지시간으로 30일 오후·한국시간으로 31일 오전 로스앤젤레스에 다시 입성했다.
미국전을 불과 2일 밖에 남겨 놓지 않은 대표팀은 공식 일정 없이 자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한국은 설을 맞아 명절 분위기에 한껏 젖어 있지만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은 떡국 한 그릇 챙겨 먹을 여유도 없다. 브라질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갑오년 설은 미련없이 반납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다. 한국으로 치면 오늘이 설이긴 하지만 대표팀은 외부 행사 없이 체력 회복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은 코스타리카전을 마친 뒤에도 하루를 휴식에 투자했다. 당시 선수들은 숙소 내 수영장과 트레이닝장 등을 찾아 개인훈련을 소화했다. 홍 감독은 '자유'를 부여했지만 선수들을 스스로 몸 관리에 힘을 쏟았다.
국내 축구 전문가들은 "휴식도 훈련의 한 과정인 만큼 선수들은 어서 빨리 멕시코전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충분한 휴식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미국전에 대비하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