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창진기자 ] 2014년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녹색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이들이 있다.
김동주(38·두산)와 박명환(37·NC), 최희섭(35·KIA)이 대표적이다.
한때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리그를 휘저었던 이들은 부상과 불운,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몰렸다.
김동주는 고려대 시절 천재 소리를 들으며 1998년 두산 전신인 OB 베어스에 입단했다. 그는 10여년 간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내며 두산의 얼굴로 대표됐다.
하지만 2014년을 준비하는 두산 1군 선수단에서는 김동주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동주는 지난 2년 간 최악의 부진에 시달렸다. 2012년과 지난해 모두 1군 출장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2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지난해에도 김동주는 김진욱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현재 김동주는 국내에서 남아 몸을 만들고 있다. 다음 달 초에는 2군 선수들과 함께 대만으로 건너가 최종 담금질에 열중할 계획이다. 새롭게 지휘봉을 쥔 송일수 감독은 "컨디션이 괜찮다면 시범경기에서 기용해 볼 계획"이라며 김동주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2009년 타율 0.308 홈런 33개 100타점으로 팀에 10번째 트로피를 선사한 KIA 타이거즈의 거포 최희섭은 이후 3년 간 명성과는 거리가 먼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2년 간은 0.250대의 저타율에 허덕였고 트레이드 마크였던 파워 또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성적 부진은 자연스레 연봉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1년 4억원으로 주가를 올리던 최희섭은 올해 마라톤 협상 끝에 1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의 비상을 막고 있는 것은 왼쪽 무릎이다. 지난해 9월 이 부위에 칼을 댄 최희섭은 현재 스프링캠프 합류를 미루고 광주에서 재활에 매진 중이다. 어느 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무릎만 괜찮다면 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슬라이더 하나로 마운드를 평정했던 박명환은 오랜 공백을 딛고 다시 글러브를 꼈다.
박명환은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야구 대표 우완 에이스로 통했다. 하지만 어깨 부상에 시달린 그는 2010년 4승6패 평균자책점 6.63의 초라한 성적을 끝으로 1군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지던 박명환에게 손을 내민 팀은 NC였다. NC는 여러 차례 테스트 끝에 박명환을 영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는 자신보다 1년 먼저 재기에 성공한 팀 선배 손민한을 보면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박명환은 "손민한 선배처럼 결과물이 나와야 여러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줄 것"이라며 "중간에 나오든 선발로 뛰든 한 자리를 경쟁을 통해 찾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