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파인스키의 '자존심' 정동현(26·경기도체육회)이 자신의 세 번째 동계올림픽에 도전한다.
소치 넘어 평창을 바라보는 정동현은 제대로 서보지 못한 올림픽 무대의 아쉬움을 풀기 위해 힘찬 질주를 시작했다.
정동현은 다음달 19일 열리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과 22일 이어지는 남자 회전 두 종목에 출전한다.
'스키 신동'부터 '한국 알파인스키의 에이스'까지 다양한 수식어를 달았던 정동현이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때는 대회 직전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도 출전을 감행했지만 결국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 도중 짐을 쌌다.
그에 앞선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때는 국가대표 소집에 응하지 않고 개인 훈련을 벌였다는 이유로 대한스키협회로부터 2년 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아 첫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뺏겼다.
정동현은 올림픽과의 악연을 청산하고 한국 스키의 새 역사를 쓰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번 소치올림픽은 삼세번째 도전이다. 정상적인 올림픽 출전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난 정동현은 남들이 뛰어다닐 무렵인 세 살 때부터 스키를 탔다. 초등학생 때 국내에서는 이미 그의 적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1년에는 동계체전에 출전, 초등부 회전·대회전·슈퍼대회전·복합 모든 부문을 석권하며 초등학생 최초로 체전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2005년 일본 오타루 알파인스키대회 회전에서 1위에 오른 정동현은 성인 무대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알렸다. 하지만 1년 뒤 중징계를 받으며 날개가 꺾이는 듯 했다.
하지만 2009년 태극마크를 다시 단 정동현은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대회전 5위를 차지하며 에이스로서의 실력을 뽐냈다.
이후 각종 국제 대회를 누빈 정동현은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슈퍼복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정상에 섰다.
1999년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대회 2관왕을 차지했던 허승욱(42·스키협회 알파인위원장) 이후 알파인스키 두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때부터 정동현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2013년 동계체전에서는 일반부로 처음 출전, 대회전과 회전, 복합에서 모두 1위에 올라 대회 3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건재함도 뽐냈다.
허승욱이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남자 회전에서 세운 21위의 기록을 깨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20위권에 진입하겠다"며 "소치동계올림픽을 발판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는 메달까지 노리겠다"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회전 종목 세계랭킹 65위인 정동현이 올림픽 20위권 안에 드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동현은 강한 자신감과 그동안 쌓아온 경기 운영능력을 바탕으로 한국 스키의 새 역사를 쓸 각오를 다지고 있다.
힘과 스피드를 앞세우는 다른 종목과 달리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회전 종목이라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지난달 끝난 중국 극동컵과 지난 17일 성창컵국제알파인스키대회 남자 회전 1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탄 그가 공언한 대로 올림픽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동현 프로필
▲생년월일·출신지 = 1988년 6월1일 강원도 고성
▲신체 = 180㎝ 74kg
▲출신교 = 고성고-한국체대
▲소속 = 경기도체육회
▲국제대회 주요 성적
- 2014 성창컵국제알파인스키대회 남자 회전 1위
- 2014 중국 극동컵 남자 회전 1위
- 2013 용평 대륙컵 남자 슈퍼 대회전 1위
- 2013 시가고겐 대륙컵 남자 회전 1위
- 2012 노자와 대륙컵 남자 대회전 1위
- 2011 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복합 1위·활강 3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