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하는 파일럿 김선옥(34)과 브레이크맨 신미화(20)는 나이 차이가 14살 난다. 띠동갑을 지나 두 살이 더 많다.
하지만 김선옥은 두 사람 사이의 호흡이 생명인 2인승 봅슬레이에 큰 나이 차이는 자칫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편견에 반기를 들었다.
김선옥은 27일 오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 미디어 데이에 참석해 "아무래도 후배의 나이를 알다 보니 그 나이에 맞도록 행동을 많이 하게 된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최신의 것을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호흡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20대 시절 육상 단거리 선수로 활약한 김선옥은 대학원 진학과 결혼, 출산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늦은 나이에 어렵게 봅슬레이를 접했다. 같은 육상 선수 출신인 후배 신미화가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아무래도 같은 육상선수 출신이다 보니 순발력과 스피드 쪽으로 많은 훈련이 돼 있다. 스타트 쪽에 큰 도움이 된다. 종목이 다른 선수였다면 오히려 엇박자가 날 수 있는데 호흡도 잘 맞는 것 같다. 파트너십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께 운동하는 데 있어서 문제는 없어도 문화차는 극복하기 힘들다. 이럴 때 언니인 그가 동생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하며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되도록 했다.
"감독님과 같은 세대인 나는 아무래도 발라드에 익숙하다"는 그는 "신미화의 경우 댄스나 빠른 음악을 좋아한다. 우리 세대는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게 빠른 후배를 보며 제가 그동안 마음을 닫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 뒤로 마음을 넓게 열게 된 것 같다"며 후배에게 고마워했다.
"언니가 애를 키우는 것을 보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분이라고 알아챘다"고 답해 좌중을 웃음짓게 한 신미화는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호흡이 잘 맞다고 느꼈다. 나이차, 세대차는 많이 못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경기 도중 썰매가 뒤집어지는 큰 사고를 함께 겪은 뒤 이들은 서로를 더욱 믿고 의지하게 됐다.
김선옥은 "경기 도중 봅슬레이가 전복되는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연습 때도 나오지 않는 실수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조금 더 잘해보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전복되자마자 후배가 괜찮다고 했는데 나중에 몸을 봤더니 화상을 입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괜찮다고 해줘서 미안하면서 고마웠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더 조심해서 봅슬레이를 탈 수 있었다"며 후배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여자 봅슬레이는 메달이나 상위권 진입이라는 큰 목표보다는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올림픽에서는 1~3차 시기의 합산 성적으로 최종 4차전 진출 여부를 가린다. 20위 안에 들어야 4차전까지 완주할 수 있다.
김선옥은 "소치 경기장에서 썰매를 한 번도 안 타봤기 때문에 4차전까지 진출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하지만 파일럿이니 만큼 최대한 코스 분석을 많이 해서 4차 시기까지 뛸 수 있게 끔 최선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특별 휴가를 얻은 봅슬레이 대표팀은 이틀 뒤인 29일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며느리 역할을 하기 위해 곧 시댁으로 간다"는 김선옥은 "운동하느라 명절 때 길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며 "하지만 항상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가족을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