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상설 사무조직 설치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동북아 상황에 대응해 NSC를 외교·안보의 컨트롤 타워로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오늘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상황 및 주변국 상황변화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NSC 운영과 국가안보실 기능을 보강할 수 있도록 상설 NSC 사무조직 설치를 포함한 방안을 강구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NSC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헌법상의 대통령 직속 외교·안보 자문기구다. 국무총리와 국방부·외교부·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여하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간사 역할을 맡아 오고 있다. 지난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설치됐는데 중앙정보부 및 국방부의 비중 확대와 필요에 따라 열리는 비상설기구의 조직적 한계상 한동안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사무처가 만들어지고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외교·안보·통일 기능을 수행하는 최고 컨트롤 타워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NSC 사무처를 폐지하고 대통령실장 직속의 위기상황팀으로 조직을 축소해 운영해오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을 겪으면서 일부 업무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관장토록 했다.
이후 위기상황팀을 국가위기관리센터로 격상한 뒤 다시 수석비서관급을 실장으로 하는 국가위기관리실로 확대 개편 했지만 이미 천안함 사태를 겪으면서 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후였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청와대 내에 국가안보실이 신설돼 NSC와 관련된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등 NSC 자체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박 대통령 취임 후에 NSC가 열린 것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첫날인 지난 8월19일 한 차례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NSC 사무처의 조직구성과 국가안보실과의 업무관계, 사무처장의 직급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앞으로 검토를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 때문에 사무처 부활이 곧 과거 정부에서와 같은 수준의 NSC 상설기구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NSC 자체의 위상이 강화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NSC의 위상 확대에 나선 것은 그만큼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난 상황들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대북 리스크에 더해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로 고조된 동북아의 긴장관계 등으로 인해 보다 총괄적인 위기대응 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현재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정부가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국민들께 믿음과 신뢰를 드림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성택 사건 초기 국정원과 통일부가 그의 소재 파악 여부를 두고 다른 설명을 해 혼란을 가중시킨 것도 NSC의 위상을 강화키로 한 결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울러 최근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관장할 '중국판 NSC'인 국가안전위를 조직키로 한 데 이어 일본도 NSC를 창설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으리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