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준플레이 오프에서 자웅을 겨루던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희비가 2013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과는 당시와 정반대였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주인공은 넥센이었다. 넥센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3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구원 왕’ 손승락은 최대 격전지로 여겨졌던 투수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손승락은 전체 유효표 323표 중 97표를 얻어 배영수(삼성·80표)와 세든(SK·79표)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그동안 골든글러브는 구원투수에 보통 인색한 것이 아니었다. 2001년 선발과 마무리로 오갔던 신윤호(LG) 이후로는 모두 전문 선발투수들이 황금장갑을 챙겼다. 일본으로 떠난 오승환(한신)이 두 번이나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우고도 골든글러브에서는 외면 받은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손승락은 편견을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10개 포지션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지만 마지막에 웃은 이는 손승락이었다. 손승락의 득표율 30%는 역대 수상자 최저 기록이다. 그만큼 치열했다.
손승락이 힘겹게 수상자로 결정됐다면 1루수 박병호와 유격수 강정호는 여유있게 황금장갑을 낀 케이스다. 특히 타격 4관왕에 빛나는 박병호는 311명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10명의 수상자 중 최다 득표다. 득표율은 무려 96.3%에 이른다.
반면 두산은 올해도 무관에 그쳤다. 올 가을 풍부한 야수 자원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냈지만 선수들의 고른 기량은 오히려 특정 선수를 뽑는 시상식에선 불리하게 작용했다.
포수 양의지와 외야수 김현수, 민병헌, 지명타자 홍성흔은 모두 호명을 받는데 실패했다. 이중 가장 아쉬운 이는 역시 김현수다. 시즌 내내 오른 발목 통증을 안고 그라운드를 누빈 김현수는 타율 0.302 131안타 홈런 16개의 호성적을 냈지만 쟁쟁한 후보들에게 밀렸다.
두산이 골든글러브에서 수확 없이 돌아간 것은 크게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다. 두산은 2011년부터 3년째 빈손으로 시상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