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정부가 8일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을 이어도와 마라도, 홍도 상공까지 확대한다고 공식 선포했다. 지난달 23일 중국이 이어도 상공 일부가 우리와 겹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후 보름만의 대응이다. 전체 면적은 기존보다 남한의 3분2 크기 정도 늘었다. 동해와 서해 쪽은 그대로 두고 남쪽 부분만 확대 조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천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시키기로 한 결정을 미국과 중국, 일본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들 나라들이 “국제규범에 부합하고 과도한 조치가 아니다”라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카디즈는 7일 후인 15일 오후 2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그 기간 동안 관련국들과 추가로 논의를 하겠다는 뜻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좌표를 정확히 정해 관보에 게재하고 재외공관은 각 나라에 설명을 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공식적으로도 유효하게 되는 것이다”며 “국제적으로도 일주일라는 시간을 가지고 관련국에 설명을 하는 게 동북아 신뢰구축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장 이견이 없을 수 있으나 관련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이라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중, 한일 사이에 핫라인이 있기 때문에 우발적 충돌과 같은 문제가 없다지만 중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장담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장혁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 진급예정자)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일본이나 중국과 협의할 수 있는 통신망 등 절차가 있다. 보완할 점이 있다면 보완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국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카디즈 확대에 가장 민감한 나라는 중국이다. 이미 이번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인데다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나라여서 앞으로 어떻게 입장이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달 23일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확대 발표를 하면서 동해와 남해, 서해로 추가 확장하겠다고 공언한 점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확대안에 대해 중국의 반응이 현재까지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2일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추진 조치에 대해 “중국은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고, 한국 측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그 과정이 국제법과 관례에 적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역시 향후 추가 확대안을 발표할 경우 우리와 중첩되는 부분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가 새로 발표한 카디즈가 인천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되면서 이미 중국의 CADIZ와 중첩되는 부분이 대폭 늘었다. 카디즈만 보면 기존보다 남한의 3분의 2가량 늘었다.
게다가 중국의 동해, 즉 우리의 서해가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군용기가 수시로 출격하고 한미합동훈련도 자주 벌이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북의 입장을 지지하는 중국으로서는 동중국해에서 자국의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기 위해 CADIZ 확대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1963년 이후 11차례의 카디즈 조정 협상에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일본은 외려 중국에 비해 수월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입김아래에 있는데다 이번 카디즈 확대 선포 이후 사실상 재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점도 일본의 입장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우리의 확대안에 강한 반대를 하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카디즈 확대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악의 경우 (우리의 선포만으로) 그렇게 갈 수 있겠지만 일본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협의할 것들을 그쪽도 수용할 (뜻이 있다는 말이다) 동북아가 서로 함께 살아가야하는 마당에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것으로(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자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추가로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의 카디즈 확대 선포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발적 충돌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장기전으로 갈 수 있는 만큼 주변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지난 달 27일 “이번 문제는 단기적으로 중국 지도부의 사태 통제에 차질을 빚게 했고 이웃 나라와의 긴장 관계로 중국의 핵심이익에 불리하게 됐다”며 “방공식별구역 관련 갈등이 미국과 중국의 ‘롱게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