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8일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대선불복을 선언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지금껏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과 관련, 여당을 비판하면서 ‘대선 불복성’ 발언은 수차례 해왔지만 대선 불복을 단정하는 언급은 그 부정적 영향력과 폭발성 등을 감안해 극도로 피해왔다. 하지만 장 의원이 비록 개인성명을 통해서지만 지난 대선에 대해 의원으로서 공식적인 불복 선언을 함으로써 정치적 공방과 혼란 등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장 의원이 이날 오후 대선불복 선언 성명을 발표하자 새누리당은 즉각 유권자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며 민주당을 공격하고 나섰고, 정부도 강력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장 의원의 성명 발표에 당혹감 속에 유감을 표명하고 당 입장과 다르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이날 오후 2시께 민주노총과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있던 도중 장 의원의 성명 발표 소식을 보고받고 당황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이날 개인 성명을 통해 “현재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지난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는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총동원된 총체적 부정선거임이 명백하다”며 “나, 장하나는 부정선거 대선결과 불복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총과 탱크를 앞세운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한 사이버쿠데타로 바뀌었다는 것만 다를 뿐”이라며 “부정선거, 불공정선거로 치러진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총체적 부정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하는 것뿐”이라며 “다가오는 6월4일 지방선거와 같이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권자를 모두 모독하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폄훼한 발언”이라면서“민주당은 개인의견이라고 하지 말고 당 전체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비난했다.
윤 수석부대표는“민주당이 국론분열로 얻으려고 하는 게 뭔가”라며 “안철수 의원(새정치추진위원회가)이 뜨니까 자신의 존재감을 띄우려는 우매한 정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장 의원 발언에 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의 질의에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런 발언”이란 반응을 보였다.
홍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결정을 뒤집는 망언을 하고 있다”며 “미친 사람들도 하루 몇번씩은 제정신이 돌아온다는데 제 정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즉각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장하나 의원의 개인생각일 뿐”이라며 “당 소속 의원이 당의 입장과 다른 개인적 입장을 공개 표명하는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국기문란사건에 대한 당의 입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에 있다”며 “국민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제시한 특위·특검의 요구는 지금 실현되었거나 현실화를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진행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장 의원에 대한 징계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당론과 다르더라도 국회의원이 개인입장은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것을 이후에 어떻게 책임을 물을 거냐의 문제는 별도의 문제다. 지금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장 의원은 현재 37세로 연세대를 졸업한 뒤 민주당 제주도당 대외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활동에 앞장서다가 19대 총선 때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현재 청년 담당 원내부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