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여야 대치로 인한 정국경색 국면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이 28일 야권의 반발속에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강행처리하면서 야당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야당은 이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토록 하면서 새누리당이 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일부 사제들의 정치발언 파문 등을 둘러싸고 정국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여야가 다시 상대방에 대한 비난공세를 강화하면서 정국경색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한 여야 대치 구도가 자칫 극한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회가 다시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주요 법안 처리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여당, 야당 반발속 황찬현 임명동의안 가결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황 후보자 인사 청문특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소집해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어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황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은“감사원장의 공백이 94일째 지속되고 있어 국정에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처리를 더 이상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임명동의안을 상정했다.
새누리당은 직권상정이 아닌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의사진행이었다며 야권의 공세를 저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임명동의안 표결에 반발해 투표에 불참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특히 강창희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실시한데 대해 국회법 위반으로 ‘표결무효’라며 고강도 대응에 나서며 맞불을 놨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국회 본회의에서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 수장의 공백이 3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직권상정 의혹에 대해선 “인사 청문특위에서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심사경과 보고서를 채택했고 표결절차가 끝난 안건이기 때문에 직권상정이 아니다”며 “정상적인 표결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 29일부터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민주당은 황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본회의 통과 직후 긴급 의원총회 등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29일부터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에 돌입키로 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불을 붙였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황 후보자를 감사원장으로 임명하면 직무효력정지 가처분을 강구하고 강 의장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한길 대표는 “오만과 독선, 불통에 빠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국회의장의 행태를 127명 국회의원 모두의 이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당은 야당과 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안하무인식 의회 폭거를 대하면서 의회 일정에 임하는 것이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따라 내일부터 의사일정을 중단키로 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필리버스터 거부에 대해 “있지도 않은 관행을 내세워 관행으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행위”라며 “야비하고 비신사적이고 유신회귀형 국회”라고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이 저지른 만행은 국회 치욕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야당, 이석기 징계안 처리 ‘급브레이크’
야당은 이날 오전 국회 윤리특위를 앞두고 윤리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에게 이석기 의원 징계안 등 징계안 19건을 일괄적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자고 요구했다. 이로써 여야 동수로 구성될 안건조정위는 조정개시 후 최장 90일간 19개 징계안을 다루게 됐다. 안건조정위에서 도출된 조정안(타협안)은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안건조정위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안건 처리가 최대 90일까지 미뤄질 수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의 이석기 의원 징계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그러자 윤리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남경필 의원은 “오늘 박범계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 안건조정위 요구는 정말로 납득할 수 없다. 분노가 일어난다”며“국회선진화법을 만든 주역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과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하는 등 야당을 맹비난했다. 여야가 이처럼 극한 대결양상을 보이면서 정국경색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