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정국 정상화 협의체’ 제안을 놓고 접점 모색에 나섰지만 내부 의견 정리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이 협의체의 논의의제로 포함시킨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실시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의 접근법이 엇갈리며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의 단독 회담에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 ▲특검 실시 및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 설치 문제 ▲예산안 문제 ▲정치개혁 문제 등 3개 의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회담에서 ‘일단유보’ 입장을 밝힌 황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지도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황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여러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표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혀”라고 짧게 답했다.
1시간 넘게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지도부 다수는 ‘특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논의’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여야 대치 정국 장기화로 헌정사상 최초의 준예산 편성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야당의 요구를 무조건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참석자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안인데 어떻게 특검을 하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야당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여야 협의체를 구성해 특검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최경환 원내대표는 전날 양당 대표 단독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을 전제로 한 어떤 협의에도 응할 수 없다”며 논의 자체가 불가하다는 강경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최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별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논의 가능’입장과 ‘논의 불가’ 입장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고위에서는 협의체 구성 방식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다수는 민주당이 제안한 3개 의제를 따로 의논하는 대신, 한꺼번에 큰 틀에서 다루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각각의 의제를 4자가 모여 세세하게 논의할 경우 ‘월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고, 예산안 문제는 예산결산특위에서, 정치개혁 문제는 향후 정치개혁 특위를 구성해 논의하면 된다는 논리다. 국정원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무원의 정치 개입을 방지하는 수준으로 논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최고위에 이어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통해 당 중진들의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이날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민주당 원혜영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의 회동 결과를 당 지도부에 전달할 방침으로 알려져 '특검'과 관련해 절충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약 15분 간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 이정현 홍보수석, 김장수 안보실장과 국회에서 ‘6인 티타임’을 가졌다.
청와대 인사들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전 만들어진 자리이지만, 현 정국 현안에 대한 물밑 교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